[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사상 초유 무승부, 신진서 9단 재대국 끝에 4강 진출

입력
2024.10.16 04:30
24면
흑 신진서 9단 vs 백 이창호 9단
본선 8강전
[30]



좌상귀 형태가 빅(무승부)이라고 가정하면 상당히 미세한 상황, 이창호 9단은 반상 최대인 백1에 착점하며 일단 정수를 찾아낸다. 신진서 9단은 흑6에 젖혔는데, 일반적인 형세였다면 패착으로 지목됐을 법한 큰 실수. 백7, 9를 선수한 후 백11로 압박하자 중앙 흑 대마가 잡힌 형태가 됐다. 11도 흑1로 한 집을 낼 때 백2, 4로 끌고 나오는 수가 성립한다. 백10까지 부분적으로 흑 대마가 잡힌 상황. 신진서 9단 역시 이 수순을 깨닫고 실전 흑12, 16으로 비틀어 가지만 백의 정확한 대응에 막힌다. 결국 백27까지 중앙 흑 대마가 잡힌 형태가 되자, 신진서 9단은 좌상귀 삼패 빅을 따내며 무승부 절차를 밟는다. 쌍방 12도 흑1~백6의 수순이 무한 반복되기 때문에 이 형태는 무승부 처리된다. 이 외의 무승부 형태로는 ‘장생’이 존재한다.

명인전 역사상 최초로 무승부가 발생했다. 이런 경우 한국 바둑 규칙상 두 대국자는 당일 재대국을 진행한다. 방송을 위한 잠깐의 재정비를 마친 후 새 대국이 속개됐다. 재대국의 제한 시간은 이전 잔여시간을 그대로 가진 채 시작한다. 신진서 9단에겐 60초 초읽기 3회가 남았고, 이창호 9단은 마지막 초읽기에 몰려있던 상황. 장시간 대국 이후의 재대국 여파일까. 연이어 펼쳐진 대국에서 이창호 9단은 초반부터 크게 밀리며 103수 만에 돌을 거둔다. 신진서 9단의 흑 불계승. 재대국까지 이어진 혈투 끝에 신진서 9단이 4강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두 기사가 만난 것만으로도 큰 화제였던 대결에서 무승부까지 펼쳐지는 전무후무한 진풍경이 펼쳐졌다. 올해 50세 문턱을 밟은 이창호 9단이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을 상대로 역투를 펼친, 전설로 남게 될 무승부였다.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