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부 면담' 세 기관 모두 "체코 원전 금융지원" 언급했는데…에기평 원장은 "직원 잘못" 탓

입력
2024.10.12 07:00
국회 산중위, 11일 산업부 산하기관 국정감사
체코 원전 금융지원 논란 두고 여야 설전 벌여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산업부·한국수력원자력 등 '팀코리아'가 체코 정부 측에 금융 지원을 약속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체코 정부 측에 금융지원 의향서를 보낸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의 장영진 사장은 "체코 정부로부터 금융 지원 요청은 없었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5호기에 대해서는 자금 계획을 가진 반면 6호기 및 추가 건설 가능성이 있는 테믈린 3·4호기 건설비 마련 방안에 대해 무보 등이 금융지원 의사를 표명한 것을 지적했다. 이재관 의원은 "체코의 경제 상황상 원전 1기에 대해서는 자체 부담을 하지만 추가 최소 1기에서 3기 정도는 금융지원을 받아야 된다"며 "최종 계약 시 금융 지원해야 하는 부분에서 상환·환수하는 책임은 무보에서 갖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당 정진욱 의원은 "체코 원전 조달자금 24조 원 중 체코가 조달하겠다는 9조 원(두코바니 5호기)을 뺀 나머지 15조 원은 한국 국책 금융기관이 장기 저금리로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장 사장은 "과거 160여 건 사업에서 우리가 (금융지원) 의향서를 낸 것처럼 국내외 대형 사업을 할 때 금융 지원이 패키지로 들어가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이번에는 체코 정부로부터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한 금융 지원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 지원 시 리스크 관리 필요성 지적도


정부 기관들이 작성한 출장보고서 내용을 두고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올해 3월 체코 재무부 및 산업부 면담에 참석했던 무보, 한국수출입은행(수은), 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의 출장 보고서를 나란히 비교하며 세 기관의 보고서에서 똑같이 체코 정부와 금융지원 관련 사항을 논의한 점에 주목했다. 무보·수은 출장 보고서에선 한국 측이 금융지원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했다고 언급됐으며, 에기평 보고서에선 체코 정부 측이 재정 지원을 주요 입찰 요건으로 제시했다고 나와 있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해 "체코 정부가 '재정 지원'을 주요 입찰 요건으로 제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에기평은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출장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반박했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무보, 수은, 에기평 모두 같은 자리, 시각, 장소에서 가진 면담을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를 두고 말 바꾸고 거짓말하는 행태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산업부는 제대로 해명하고 야당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를 제출해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손익을 계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승재 에기평 원장은 해당 보고서 작성 경위에 대해 "출장 내용을 보니 원자력쪽 전문가는 같이 안 갔다"며 "직원들 잘못"이라며 직원 탓으로 돌렸다.

체코 원전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 시 시장 이율보다 낮은 금리가 제공될 경우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수은이 직접 대출할 경우 다른 국책기관에 비해 좀 더 직접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것"이라며 "금융 지원 시 위험도가 얼마나 될지, 프랑스전력공사(EDF)처럼 경쟁자가 사업 수주 과정에서 딴지를 걸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장 사장은 "체코 정부에 무역보험을 보증할 때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는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적어도 선진국 기준으로 보면 이때까지 사고 난 적은 없다"며 "(사고 날 확률은) 매우 낮다. 100% 확실한 것은 없으니까 매우 낮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는 "체코는 우리나라보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고 1인당 국민소득도 3만5,000달러인 선진국"이라며 "(이에) 건설비를 자체 자금으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두코바니 원전 6호기 이후에는 (자금조달 방법이) 미정인 상태"라고 덧붙였다.

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