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튀르키예·이탈리아·미국… 분위기는 해외여행

입력
2024.10.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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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으로 가는 서울 속 세계 미식여행

올 8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067만 명, 반면 해외로 출국한 한국인은 1,888만 명에 이른다. 해외여행 전성시대다. 서울관광재단이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해외여행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국적인 명소를 10월 추천 여행지로 선정했다.

보드카에 샤슬릭,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

중구 광희동의 중앙아시아거리는 1990년 한·소 수교를 기점으로 조성됐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옛 소련이었던 중앙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러시아, 몽골 이주 노동자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점과 식당이 하나둘 생겨나며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2022년에는 구청 주도로 테마거리를 조성해 바닥에 전통 카펫 문양이 새겨지고 이정표가 설치됐다.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요리 전문점이 많은데, 전통 빵 삼사를 굽거나 꼬치 요리 샤슬릭, 볶음밥 등을 판매하는 식당이 눈길을 잡는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 중앙아시아 특유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재료와 독특한 조리방식이 현지에 온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같은 양꼬치라도 크기와 양이 국내 식당과 확연히 차이 난다. 나라마다 특색 있는 보드카와 디저트까지 맛보면 중앙아시아로 미식 여행을 떠난 듯하다.





여러 음식점 중 ‘파트루내’ 식당은 현지인이 많이 찾는다. 벽에 걸린 그림과 접시, 유리공예가 이국의 정취를 더한다. 청어샐러드, 소고기 야채수프인 보르쉬, 소스를 얹어 내는 국수요리 라그만 등은 국내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음식이다.

세계 음식 다 모였다, 이태원 이슬람거리

이태원의 상징 '서울중앙성원'은 한국 최초, 최대 모스크다. 전국 이슬람 성소를 총괄하는 본부이자 국내에 거주하는 무슬림의 구심점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튀르키예군이 기도하던 장소에 모스크가 세워진 것을 시작으로 주변에 이슬람거리가 조성됐다. 식당과 서점, 옷가게 등이 속속 들어서며 각국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모스크에서 이태원역 방향으로 내려오면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하는 방식으로 조리하는 할랄식당을 비롯해 이슬람 기념품과 책을 파는 상점들이 있다. 아랍과 아프리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가게다. 지하철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중동뿐만 아니라 멕시코, 인도,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등 다국적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즐비해 미식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특히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튀르키예식 케밥 식당이 많다. 인근 세계문화음식거리, 퀴논길에는 베트남과 태국, 유럽과 중남미풍 가게도 있다. 여러 언어가 뒤섞인 간판도 이 길을 걷는 색다른 재미다.




이태원역 2번 출구 ‘클레오파트라 라운지'는 이집트식 이색 카페다. 팔라펠, 코샤리 등 이집트 국민 음식을 주로 판매하는데, 웰컴드링크로 나오는 진한 포도주스 한 잔을 곁들이면 고대 이집트로 초대받은 듯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때로는 이탈리안, 가끔은 뉴요커처럼

광희동과 이태원처럼 밀집돼 있지 않지만 서울에는 이국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꽤 있다. 대개 몰입도 높은 식당과 카페다. 안국동의 ‘아모르나폴리’는 이탈리안 베이커리 카페다. 이탈리아 대표 빵 포카치아, 치아바타를 비롯해 소박하고 담백한 과자를 판매한다. 화덕에서 구워내는 피자빵과 나폴리식 도넛, 소시지빵 등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음식부터 럼시럽에 절인 빵 바바, 여인의 입술이라 부르는 바치디다마 등 지극히 이탈리아다운 메뉴도 시도해 볼 만하다. 크림색 건물과 유리창, 테라스도 현지 건물을 옮겨놓은 듯하다.



미국 특히, 뉴욕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반포동 ‘드렁큰빈’을 추천한다. 커피와 베이커리, 맥주, 위스키까지 다양한 음식을 판매한다. 실물 크기의 오래된 엘리베이터 모형이 설치된 건물 전체를 미국식으로 구성해 층마다 개성이 넘친다. 특히 입구에서 지하 카페로 내려가는 길은 뉴욕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4층 바와 5층 테라스에서 뉴요커처럼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최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