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를 한참 밑돈 3분기(7~9월) 잠정 실적을 내놓자 삼성의 반도체 사업(DS·디바이스솔루션)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공개 사과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실적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뉴스룸에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송구하다는 말씀 올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삼성의 위기를 말씀하신다"며 "그러나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부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저희 경영진이 앞장서겠다"며 세 가지를 공약했다. ①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회복 ②철저한 미래 준비 ③조직 문화와 근무 방법 쇄신이다. 그는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하고 특히 투자자 여러분과는 기회가 될 때마가 활발하게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5개월 전인 5월 21일 깜짝 인사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수장을 맡았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D램 개발실장,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 반도체 부문 핵심 요직을 거쳐, 2017년 삼성SDI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이 2023년 15조 원에 가까운 영업 적자를 내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경쟁사에 밀리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당시 그는 취임 후 첫 일성으로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지휘봉을 잡은 지 2개 분기가 다 돼 가지만 삼성전자의 성적표는 여전히 우울하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매출을 79조 원, 영업이익을 9조1,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공시했다. 발표 직전 증권사 전망 평균(매출 80조9,003억 원, 영업이익 10조7,717억 원)에 한참 못 미쳤다. 특히 영업이익은 직전인 2분기(4~6월, 10조4,400억 원)보다 1조 원 넘게 줄었다.
이번 실적은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데다 개인용컴퓨터(PC), 디스플레이 등 전통적 수요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 D램이 수요를 되찾는 속도가 기대보다 늦고 가격과 출하량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반면 인공지능(AI) 붐에 수요가 탄탄한 HBM 시장과 파운더리(반도체 위탁 생산), 설계 분야는 경쟁사 대비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사업부별 구체적 실적은 이달 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