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국내 자동차·배터리·방산 산업에 청신호가 켜지는 반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자동차, 배터리 산업이 위축되고 대미 수출마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를 7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해리스 부통령 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자 대결 구도가 확정된 현재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철강, 방산 등 8대 주력 산업의 시나리오별 영향을 담았다.
보고서는 해리스 후보 당선 시 대미 자동차 수출 호조와 함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고 있는 배터리 산업의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해리스 후보는 현 미국 행정부가 진행하는 '그린 뉴딜' 정책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지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방산 산업도 수혜가 예상됐다. 해리스 후보는 우크라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미국의 국방비 지출이 늘어나 주요 군사 동맹국들의 무기 공급망 진입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다만 해리스 후보는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진보적 성향이 강해 친노동·친환경적 정책이 통상 요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국내 산업에 부정적 요소로 꼽혔다. 철강, 화학, 반도체 등에 친환경적 조건을 제시하는 등 '비관세 장벽'이 높아질 경우 해당 산업의 교역 조건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다.
트럼프 후보가 또 한 번 백악관에 입성하면 배터리 산업의 불확실성이 눈에 띄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친환경 정책이 폐기 또는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도 있다. 여기에 자동차 산업은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한 통상 정책이 적용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보고서는 트럼프 2기 각료들이 바이든 행정부 시기 급격하게 늘어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에 주목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철강 산업은 트럼프 후보가 자동차 산업과 같은 맥락으로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무역 장벽을 높일 것으로 분석했다. 해리스 후보와는 달리 전통적 관세 장벽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방산 산업도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형성할 경우 국내 방산 기업들에 기회가 돌아올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이런 점을 바탕으로 트럼프 당선 시 대미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일정 부분 축소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중심의 세계 무역 질서가 확장하는 국면은 종료됐다"며 "이번 미국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한국 경제와 산업 경쟁력의 재도약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세우고 대선 직후에는 액션 플랜을 가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