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초 학교 복귀' 의사를 밝히는 의대생들은 대학이 휴학 승인을 해주도록 허용했다. 9개월째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자 동맹휴학 승인 불가론에서 한발 물러나 조건부 승인을 제시한 것이다.
의대생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최후의 대책이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의대생이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한다. 정부는 의료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제시했으나 의대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안)'을 발표했다. 정부 정책 반대 목적의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라서 불허가 원칙이라면서도 2025학년도 1학기 시작 시 복귀한다는 의사를 밝힌 의대생들에 한해 휴학을 승인하는 것이 비상대책의 골자다.
교육부는 우선 대학별로 교육 여건과 교육과정 운영 등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복귀의 기회를 최대한 주는 선에서 복귀 시한을 정하도록 했다. 시한까지 돌아오지 않고 휴학 의사를 밝힌 의대생들에게는 2025학년도 1학기 시작에 맞춘 복귀 의사 명기를 전제로 휴학 승인을 허용한다. 면담을 통한 휴학 사유 재확인과 집단행동 초기 제출한 휴학원 정정을 거쳐 '동맹휴학 의사가 없음'이 명확히 확인돼야 한다고 교육부는 부연했다. 계속 미복귀 시에는 학칙에 따라 유급 또는 제적 조치로 이어진다.
교육부는 복귀한 의대생들에 대한 집단행동 강요 행위 등을 막을 방안 마련을 주문했고, 대학 본부와 의대가 협력하는 의대교육지원센터(가칭)도 가동할 계획이다. 센터는 고충 상담 및 기출문제를 비롯해 속칭 '족보'와 같은 학습지원자료를 공유·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학별 비상대책안 이행 여부를 점검해 내년 대학 재정지원과 연계할 방침이다.
다만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대생들은 이번 대책에도 냉소적인 반응이고, 의사 단체들은 즉각 "국민의 기본권을 무참히 빼앗는 반헌법적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의사협회는 공동 입장문을 내 "개인의 자유, 자기결정권을 노골적으로 박탈하면서 유급, 제적 운운하는 것은 교육부도 이대로는 내년 의대 교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알기 때문"이라며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2024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대 교수들은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조건 없는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용수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학칙에 따라 신청하고 승인하는 휴학원에다 무슨 조건을 단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조건부 휴학 승인 등은) 미봉책"이라며 "내년 1학기에 학생들이 돌아왔을 때 수업을 어떻게 제대로 할지에 관한 대책 없이 일단 복귀하란 식이면 학생들은 더 복학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날 교육부는 의료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행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5년에 소화하는 방식의 교육과정 단축·탄력 운영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1학년이 집단 휴학하면 2030년에는 3,000여 명의 인력 수급 차질이 불가피해서다. 또한 내년에 예과 1학년은 신입생과 함께 7,500여 명이 같이 수업을 받는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교육부는 의료 인력 수급을 위해 연 1회인 의사 국가시험 시행 횟수와 전공의 선발 시기 유연화 방안 등도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추진하기로 했다.
의료계에서는 즉각 '졸속 교육' 우려를 강하게 제기한다. 강 교수는 "해외 선진국이 8년까지 운영하는 의대 교육과정을 5년 만에 마치는 졸속 교육을 국민들이 믿고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국민 공감대부터 형성돼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신입생에게는 수강 신청과 분반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했으나, 한 사립대 의대 교수는 "특정 학년에게만 특혜를 줄 법령상 근거는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