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친 골프공에 맞았다" 고소... 법원 "손배 의무 없다"

입력
2024.09.30 19:00
2021년 경기 도중 티 샷 맞은 피해자
"타격 빗나갈 경우 고려했어야" 주장
동반인을 가해자로 내세운 정황에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지적 나와

수영 국가대표 출신 박태환이 3년 전 골프를 치다 옆 홀에 있는 이용객을 맞혀 부상을 입힌 사건과 관련해, 박태환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없다는 민사 소송 판결이 나왔다. 박태환이 경기보조원(캐디)의 지시에 따라 공을 쳤다면 사고 위험까지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지난 26일 서울동부지법 민사4단독 신성욱 판사는 A씨가 박태환을 상대로 제기한 1억4,0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며 이같이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2021년 11월 14일 박태환이 강원 춘천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티 샷(첫 홀에서 드라이버로 골프공을 치는 것)' 한 공이 옆 홀에서 다른 경기에 참여 중이던 A씨의 왼쪽 눈 윗부분에 맞았다. 박태환이 친 공이 의도와 달리 측면으로 휘어져 날아간(슬라이스) 결과였다.

박태환의 공에 눈가를 맞은 A씨는 망막을 크게 다쳐 안과 수술을 받았다. 그럼에도 시력 저하 등 후유증이 남았다. 이에 A씨는 "박태환이 골프공을 치기 전 빗나갈 경우를 고려해 안전한 방향으로 타격할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신 판사는 "피고(박태환)는 경기보조원으로부터 '타격해도 괜찮다'는 지시를 듣고 타격하는 방향 맞은편에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상황에서 티 샷에 나갔다"며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판시했다.

A씨는 박태환에 대해 형사 고소도 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해 10월 "아마추어들 사이의 골프 경기에서 티 샷 때 슬라이스가 발생한 것을 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박태환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사고 이후 박태환의 대응은 부적절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신 판사는 "피고가 사고 이후 자신의 인적사항을 숨기고 라운딩을 동반한 다른 사람을 사고를 일으킨 사람으로 내세운 사정 등에 대해선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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