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100년 걸린 기록을 57년 만에...정주영·정몽구·정의선의 '현대차 삼대', 1억 대 만들었다

입력
2024.10.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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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공장 출고센터서 1억대 달성 기념행사
1975년 독자 모델 '포니' 생산
1억1번째 차는 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가 누적 자동차 생산량 1억 대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1967년 정주영 회장이 세운 회사는 아들 정몽구의 품질, 손자 정의선의 혁신을 통해 창립 이후 57년 만에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자동차 1억 대를 만들어냈다. 이런 대기록을 세운 완성차 업체는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도요타, 폭스바겐, 포드, 혼다, 제너럴모터스(GM) 뿐이다.

30일 현대차는 울산시 울산공장 출고센터에서 이동석 국내생산담당 사장, 문용문 노조 지부장 등 임직원이 참석해 1억1번째 생산 차량인 '아이오닉5'는 출차 기념 행사를 마치고 생애 첫 차로 이 차를 산 20대 고객에게 전달했다.

현대차는 1967년 12월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이 미국 포드와 제휴 협상을 해 설립됐다. 1968년 11월 울산 조립공장에서 1호 차량 포드 '코티나'를 만들었고 1975년에는 국내 최초 독자 모델 '포니'를 양산했다.

정 선대회장은 당시 고유 모델을 만들기 위해 이탈리아로 날아가 신생 디자인 회사인 '이탈 디자인'의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포니의 설계 용역을 맡겼다. 당시 30대였던 주지아로는 처음엔 허무맹랑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포니를 시작으로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1·2세대 등의 디자인을 도맡았다.

포니는 1976년 한국 승용차 최초로 에콰도르 등에 수출됐고 1986년 전 차종 100만 대 생산을 이뤄냈다. 1986년에는 국내 첫 전륜구동 승용차 '포니 엑셀'이 자동차 본고장 미국에 진출했다.



1991년 현대차는 국내 첫 독자 엔진인 '알파엔진' 개발에 성공했고 1994년에는 플랫폼부터 엔진, 변속기까지 자동차 생산의 모든 요소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자동차 '엑센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후 현대차는 1996년 생산 1,000만 대를 달성한 데 이어 튀르키예, 인도, 미국 앨라배마, 체코 등 해외 공장에서 차량 생산에 나섰고 2013년 누적 생산 5,000만 대를 넘어섰다. 이후 2019년 8,000만 대, 2022년 9,000만 대 생산 고지를 밟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999년 현대차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그는 2001년 양재 본사에 품질상황실을 마련하고 세계 각국 고객의 불만 사항을 실시간으로 접수·처리했다. 이런 노력 끝에 2004년 '뉴 EF쏘나타'가 미국 JD파워의 품질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현대차 57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아반떼(1,537만 대)다. 이어 엑센트(1,025만 대), 쏘나타(948만 대), 투싼(936만 대), 싼타페(595만 대) 등이 뒤를 이었다.



글로벌 '빅3' 자동차 회사로 이끈 정의선 리더십


2020년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그룹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성공적 개발과 출시를 이끌었고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아이오닉5·아이오닉6 등 전기차는 '세계 올해의 차'에 뽑혔다. 1억1번째 자동차가 전기차인 점은 미래 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 회장이 이끈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2015년 11월 출범 이후 7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8월 글로벌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정 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설루션 프로바이더'로서 또 한 번의 혁신적 발돋움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비롯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신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해외 생산 거점도 계속 늘려 현재 글로벌 연간 약 500만 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다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인도 푸네 공장 등의 생산 시설이 확충되면 100만 대 생산 능력을 추가로 얻게 된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차는 과감한 도전과 집요한 연구를 통해 빠르게 성장해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로서 새로운 1억 대의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