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자 등록이 27일 마감됐다. 등록 후보는 총 4명이지만, 막판 진영별 통합 후보가 추대되면서 진보 측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와 보수 측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의 양강 구도 아래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진영 후보 단일화로 양강 체제가 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15명 안팎 예비후보가 난립하면서 선거는 아수라장에 가까웠다. 정치적 구호와 상대 비방이 난무하면서 교육감 선거인지 국회의원 선거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심지어 과거 선거에서 상대 후보 매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물이 선거 비용을 반납하지도 않은 채 다시 출마하겠다고 해 논란을 빚기까지 했다. 가까스로 진영별 단일화가 이뤄져 유권자들이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울시교육감의 권한은 막강하다. 관할하는 학생 수만 유치원생부터 초중고교생까지 80만 명이 넘고, 인사권을 가진 공립학교 교원과 교육청 공무원도 5만여 명에 달한다. 한 해 주무르는 예산만 12조 원이다. 무엇보다 교육감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교육정책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는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장에 가는 경우가 허다한 대표적인 ‘깜깜이 선거’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교육열을 보이면서도 정작 교육감 선거에는 무관심한 게 현실이다. 특히 이번처럼 평일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10~20%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교육자치와 정치 중립을 말하면서 실상은 그렇지 않으니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을 것이다.
선거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건 후보들의 몫이다. 정치구호는 접고, 교육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두 후보의 공약은 혁신학교부터 지필평가 부활에 이르기까지 주요 현안에서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따라서 자신의 교육정책을 널리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 시민단체들이 제안한 교육정책 심층 면접에 응하고, 방송 토론을 통해 유권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 등으로 가자는 역사 회귀적 주장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