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교도소에 수감 중인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촉구하고, 그가 바티칸을 피난처로 사용해도 좋다는 뜻을 전했다.
25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동남아시아 순방 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시아 예수회 회원들과 만나 “나는 수치 고문 석방을 (국제사회에) 요청했고, 그의 아들을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났다”며 “바티칸에는 우리가 수치 고문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미얀마 사태를 두고는 “침묵할 수는 없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며 “미얀마의 미래는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권리, 모두가 공동선에 기여할 수 있는 민주적 질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평화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치 고문의 정치적 상징성은 지켜져야 한다”고 지지를 이어갔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러다 당시 교황과의 만남에 참석했던 예수회 신부가 교황 허락을 얻어 이탈리아 매체에 해당 내용을 게재하면서 알려졌다. 교황은 지난 2∼13일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을 방문했다.
교황이 언급한 ‘아들’은 수치 고문이 작고한 영국인 남편 마이클 아리스와의 사이에서 얻은 두 아들 중 둘째 킴 아리스다. 그는 아버지를 따라 영국 국적을 얻은 뒤 줄곧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 아리스는 “어머니가 교황에게 감사를 표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다만 미얀마든, 해외에서든 어머니의 인기를 군정이 여전히 두려워하기 때문에 (정부가) 요청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11월 미얀마 수도 네피도를 방문해 당시 실권자이던 수치 고문과 만난 인연이 있다. 올해 78세인 수치 고문은 2021년 2월 쿠데타 발생 직후 군부에 붙잡혀 부패 등의 혐의로 27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지난 4월 군부는 그를 가택연금으로 전환했다고 밝혔지만, 가족은 물론 측근과 민주 진영 임시정부 등 누구도 수치 고문이 어디에 머무는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알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