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검찰에 고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의 계열사인 영풍정밀은 20일 장형진 영풍 고문과 사외이사,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 등 5인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양측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영풍은 이날 최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풍은 "동업 정신을 파기하고 회사를 사유화한 경영 대리인 최윤범 회장 및 고려아연의 수상한 경영 행보가 시작됐을 당시 의사 결정의 중심에 있던 노진수 전 대표이사에 대해 본격적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투자 결정, 해외 자회사인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결정 및 씨에스디자인그룹(현 더바운더리)과 인테리어 계약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큰 손실을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풍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19~2023년 총 8회에 걸쳐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하바나제1호 등 총 8개의 사모펀드에 약 6,040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하바나 제1호를 포함해 2개는 돌연 청산됐고 나머지 6개는 청산되지는 않았으나 투자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를 합하면 고려아연의 2024년도 사업 보고서에 공시된 투자 손실만 약 366억 원에 달한다고 영풍 측은 주장했다. 여기에 영풍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에 활용한 펀드에 고려아연이 99% 출자했다고 짚었다.
영풍은 또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실패도 지목했다. 이 회사는 2022년 총 5,800억 원을 들여 사들였는데 당시에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것을 알면서도 고려아연이 주식을 취득하는 결정을 해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고 영풍 측은 봤다.
앞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도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 주도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본업과 무관한 투자들이 지속되고 있다"며 "2019년 이후 38개 투자 건 중 30개의 기업이 누적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려아연은 같은 날(19일) 낸 자료에서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일부 자료를 왜곡했다"며 "2021~2024년 투자한 기업은 총 조 단위 당기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은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다. 국가핵심기술이 되면 이 기업이 외국 기업에 인수합병 될 때 경제 안보상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가능해진다.
이는 고려아연이 중국 등 외국에 자사가 매각되기 어렵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MBK의 사업 구상을 저지하고 핵심 국가기간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