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텔레그램 “범죄자 억제... 수사 기관에 사용자 IP 등 제공”

입력
2024.09.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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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CEO "각종 범죄 수사에 협조할 것”
수색영장 등 유효한 법적 요청 전제로 제공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와 보안성을 앞세워 차별화해왔던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앞으로 수색영장 등 유효한 법적 요청이 있을 때 수사당국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의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제공 목록이다. 프랑스가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를 체포, 온라인 성범죄와 마약 유통 등 각종 범죄를 방조·공모한 혐의로 예비 기소하자 백기를 든 것이다.

두로프 CEO는 23일(현지시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바꿔 범죄자들을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그간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등을 이유로 각국 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을 사실상 거부해 왔다.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 덕분에 사용자가 급증했고, 일부 국가에선 정부 탄압에 맞선 민주화운동 세력의 소통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마약 밀매·조직범죄·테러 조장 등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받았다. 특히 최근에는 딥페이크 성 착취물 유포의 근원지로 지목되기도 했다.

두로프 CEO는 “텔레그램 사용자의 99.999%는 범죄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불법 활동에 연루된 0.001%는 플랫폼 전체에 나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며 "나쁜 행동을 하는 소수의 이용자가 10억 명에 가까운 텔레그램 서비스 전체를 망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텔레그램이 정책을 바꾼 것은 두로프가 직면한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지난달 말 프랑스 검찰에 체포된 그는 텔레그램 내 아동 음란물 유포, 마약 밀매, 조직적 사기 및 자금 세탁 등을 방치해 사실상 공모하고 수사 당국의 정보 제공 요구에 불응한 혐의 등으로 예비 기소됐다. 그는 보석금 500만 유로(약 74억 원)를 내는 조건으로 석방됐지만, 출국은 금지된 상태다.

두로프 CEO는 범죄를 저지른 사용자의 정보 제공을 위한 서비스 약관 개정 이외에도 텔레그램 내 각종 불법 콘텐츠 단속도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수 주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텔레그램 내 불법 콘텐츠들을 찾아낸 뒤 사용자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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