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1,109억 원을 들여 만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 계획을 밝힌 서울시가 주민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하는 공청회에서 철거 필요성에 의문을 나타내거나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시는 23일 오후4시 서울 중구 구민회관 소강당에서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종묘~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삼풍상가·PJ호텔~인현·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 1㎞ 구간을 잇는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의 철거 등이 기존 계획에 반영된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공중보행로는 상가 간 연계성을 높여 상권을 활성화려는 목적으로 박 전 시장 때인 2016년부터 추진, 2022년 개통했다. 하지만 시는 최근 공중보행로가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판단, 주민 공청회와 시의회 의견청취 등 행정 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철거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시는 이날 공중보행로 하루 평균 보행량이 예측치(10만5,440건)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고, 세운상가 일대 업종별 수익률이 80% 이상 하락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세운지구 재개발 계획에 따라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설득했다. 시 관계자는 "보행교 누수 피해와 지상층 상가 일조권·조망권 침해 등 시민 불편과 상가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며 "지상층과 3층 상인 간 갈등도 잦아 조기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1,100억 원의 혈세를 탕진하는 건지, 아니면 더 나은 환경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지 중요한 문제가 달린 자리에서 발언권을 얻은 참석자 대부분은 우려를 나타냈다. 중구 주민 김모 씨는 "1,100억씩 투입해서 설치한 보행로를 2년이 채 되지 않아 방문객이 적다는 이유로 철거하냐"며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시가 공중 보행로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방문객을 늘리려는 지원조차 하지 않고서 철거하는 건 어불성설"고 비판했다. 세운상가 인근 진양아파트에 40년째 살고 있다는 류호필씨 역시 "시는 일방적인 철거 결정으로 세금과 시간을 낭비하며 주민에게 고통만 준다"고 토로했다.
일부 구간만 철거해 보행로의 기능을 크게 저하시키기 보다는 해당 구간의 주요 건물인 삼풍상가와 PJ호텔을 철거할 때 같이 철거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철거를 뒤로 미루자는 얘기였다. 한 주민은 "철거하려면 일괄적으로 해야지, 보상이나 혜택 없이 왜 해당 구간만 철거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따졌다. 중구 을지로에 거주하는 다른 주민 역시 "시는 처음부터 철거라는 답을 정해놓고 보수와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PJ호텔이나 삼풍상가가 철거되기 전에 보행로부터 철거하면 보기에도 흉물스러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시는 "가장 중요한 건 1층 지상부 보행량이 1만2,000명으로, 공중 보행로(7,000여 명) 보다 많은 수치"라며 "공중 보행로로 인한 시민의 불편을 없애고, 보다 쾌적한 보행 환경 조성을 위해 조기에 철거를 결정했다"고 재차 강조하고 자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