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의 한국 반도체 후려치기

입력
2024.09.23 16: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19일부터 글로벌 증시는 미국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효과로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엔비디아 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랠리가 펼쳐지면서 미국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연휴 전 대비 0.21% 들썩이는 혼조세에 그쳐 글로벌 랠리에서 소외된 양상을 보였다. 특히 엔비디아 반등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는 장중 11%까지 폭락했고, 삼성전자도 급락했다.

▦ 모건스탠리가 연휴 중이던 지난 15일 발표한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 보고서가 원성을 사고 있다. 보고서는 일반 D램 가격 하락,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과잉을 우려하며 2025년부터 반도체 업황의 전반적 악화를 예상했다. 그러곤 삼전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각각 지난 6월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7.6%,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53.8%나 추락시키고, 투자의견도 ‘비율 확대’에서 단숨에 ‘비율 축소’로 뒤엎어 놨다.

▦ 모건스탠리 보고서 여파로 19일에만 삼전 등 국내 ‘반도체 3대 장주’에서 15조3,608억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반박이 잇따랐다. 와중에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를 통해 보고서 발표 직전인 지난 13일 SK하이닉스 주식 101만1,719주의 매도 주문이 체결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비판이 거세지면서 ‘선행매매’ 의혹에 관한 금감원 조사까지 시작됐다.

▦ 단 3개월 만에 목표주가를 절반 이상, 투자의견을 두 단계나 ‘후려친’ 셈이어서 투자자 농락이라는 욕을 먹어도 쌀 지경이다. 한국 반도체에 대한 모건스탠리의 롤러코스터 분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반도체 겨울이 온다’는 보고서로 삼전과 SK하이닉스 주가를 후려쳤고, 2017년에도 삼전 목표주가를 터무니없이 깎았다. 2021년엔 얼추 맞았고, 2017년엔 전혀 맞지 않았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단기간에 극단을 오가는 보고서를 서슴없이 내는 증권사 행태가 냉정한 진단인지, 방자한 야바위인지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