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의 쇼는 계속된다

입력
2024.09.22 15:3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야구 종주국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신기원을 열었다. 지난 20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홈런 3개와 도루 2개를 기록해 한 시즌에 홈런 50개와 도루 50개(50-50)를 달성했다. 전날까지 48(홈런)-49(도루)였던 자신의 기록을 51-51로 만들었다. MLB 120여 년 동안 40-40을 달성한 선수가 오타니를 포함해 6명뿐일 만큼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 오타니는 MLB 진출 첫해인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에서 뛰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계약기간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327억 원)에 사인하면서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을 맺었다. 이번 기록으로 자신이 왜 7억 달러의 몸값을 받는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인지를 입증했다.

□ 그의 대단함은 기록과 몸값 때문만은 아니다. 체계적 목표를 세워 정진하는 그의 노력과 인품이 빚어낸 결과여서 더욱 빛난다. 오타니에게 따라붙는 '야구 천재'라는 표현으로 그의 성공이 뛰어난 재능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고교 시절부터 직접 작성하고 실천한 만다라트 계획표에는 운동뿐 아니라 쓰레기 줍기, 인사하기 등 바른 생활, "일희일비하지 말자"와 같은 멘털 관리 등 세세한 목표와 계획들로 채웠다. 프로 진출 이후 '투타 겸업(이도류)은 쉽지 않다', '홈런 타자는 발이 느리다' 등 선입견을 깨며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배경이었다.

□ 50-50 기록이 나온 론디포 파크는 지난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결승에서 일본이 미국을 3 대 2로 이기며 우승을 차지한 장소다. 당시 경기를 앞두고 주장이었던 오타니가 "(미국 선수들을) 동경하는 것을 그만두자"며 동료들을 독려한 라커룸 연설도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긍정적 사고와 구체적 목표와 계획으로 무장된 도전의식은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오타니의 쇼를 지속시키는 원동력이다.

김회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