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던 열 살 일본인 어린이가 결국 치료 도중 숨졌다. 반일 감정에서 시작된 '혐오 범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일 간 외교적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19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에서 18일 학교에 가던 중 중국인 괴한으로부터 피습을 당한 초등학생이 이날 치료 도중 사망했다"라고 보도했다. 전날 이 어린이는 선전시에 있는 일본인 학교 정문으로부터 약 200m 떨어진 곳에서 괴한의 칼에 찔렸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진 것이다. 중국인 용의자는 현장에서 붙잡혔고 공안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노토반도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극히 비열한 범행으로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주중국 일본대사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을 통해 "우리 대사관은 이번 사건에 깊은 비통함과 유감을 느낀다"며 우리는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중국인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선 중국인 남성이 하교 중인 일본인 초등학생과 엄마, 중국인 스쿨버스 안내원 등 3명을 흉기로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일본인 2명은 부상을 입었고, 괴한을 저지하려 나섰던 중국인은 치료 도중 숨졌다. 중국 당국은 괴한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인을 향한 혐오 범죄가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공교롭게도 이번 선전시 피습 사건의 경우 1931년 일제가 만주 침략전쟁을 개시한 '만주사변(9·18사변)' 93주년 당일에 발생했다. 중국은 매년 만주사변 기념일마다 "국치를 잊지 말자"는 뜻으로 주요 도시에서 사이렌을 울리는 등 추도식을 열어왔다.
일본 NHK방송은 "잇따르는 사건에 중국 내 일본인 사회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3개월 전 쑤저우시 사건과 이번 선전시 사건 모두 일본인을 겨냥한 범행이라면 추가 '모방 범죄'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광저우성의 일본인 학교 당국은 당분간 학생 등·하교 시 부모가 동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야외에서 큰 소리로 일본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논란 확산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어떤 국가에서도 이런 일은 발생할 수 있다"며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에 유감과 비통함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적 사건이 중일 양국의 교류·협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고 그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