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트럼프 상대 암살 시도… 경호 요원이 골프장 인근서 총격 저지

입력
2024.09.16 08:55
7월 유세장서 다친 뒤 두 번째 모면
경찰, 총 떨구고 도주한 용의자 체포
바이든·해리스 “트럼프 안전해 안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두 달 만에 다시 암살이 시도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치던 플로리다주(州) 골프장 인근에서 경호 요원이 행동이 의심스러운 용의자를 미리 발견해 총격을 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SS)과 현지 경찰에 따르면 15일 오후(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 인근에서 총격 시도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수사를 주도하는 연방수사국(FBI)은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로 보이는 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선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하다”고 밝혔고, SS도 이를 확인했다.

사법 당국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치던 중 한 남자가 골프장을 둘러싼 울타리와 덤불을 통해 AK-47 유형 소총의 총구를 들이댔고, 경호를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한두 홀 앞서가고 있던 경호국 요원이 이를 포착해 대응했다.

SS의 라파엘 바로스 마이애미 지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용의자가 우리 요원들에게 총을 발사할 수 있었는지 지금 당장은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 요원들은 확실히 그와 교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발사된 총알 4발이 전부 경호국 요원의 총이냐는 질문에 4발인지 6발인지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답했다.

경호국 요원의 사격에 용의자는 소총을 떨어뜨리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달아났다. 그는 골프장이 위치한 팜비치카운티 북쪽에 있는 마틴카운티의 고속도로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팜비치카운티 릭 브래드쇼 보안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용의자가 있던 덤불에서 조준경을 장착한 AK-47 유형의 소총과 세라믹 타일이 든 배낭 2개가 발견됐으며 현장 촬영 용도로 보이는 고프로 카메라가 있었다고 전했다. 브래드쇼 보안관은 용의자와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거리에 대해 “아마 300∼500야드(약 274∼457m)”라며 “조준경을 장착한 소총이라면 먼 거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체포된 용의자는 하와이 출신인 라이언 웨슬리 루스(58)라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수사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부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사건에 대해 보고받았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안전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그가 안전해 기쁘다. 미국에 폭력을 위한 자리는 없다”고 적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격 직후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은 안전하다며 “아무것도 날 늦추지 못할 것이다. 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 유세 도중 총에 오른쪽 귀 윗부분을 맞아 다쳤고, 수사 당국은 이를 암살 시도로 규정했다. 암살 미수 사건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층 강화된 경호 지원을 받고 있다. 가령 야외 유세를 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가운데 연설을 한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