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이 내달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라크전을 치를 예정인 가운데, 폭염과 외부행사 등으로 망가진 잔디 상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이 잔디 상태를 직접 언급한 데다, 이달 중 가수 아이유의 콘서트까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 경기였던 팔레스타인전을 0-0 무승부로 마친 뒤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 한 것이 팬들에게도 아쉬웠을 것"이라면서 "홈경기를 할 때 (잔디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함께 경기를 펼친 마크람 다부브 팔레스타인 감독도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봤을 땐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 이 잔디에 적응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는 서늘한 장소에서 잘 자라는 한지(寒地)형 품종이라 최근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1,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가수 아이유 콘서트에도 불똥이 튀었다. 이 콘서트는 10만 석 티켓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그런데 손흥민이 잔디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자 "10월 15일 이라크전까지 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를 위해 다가오는 아이유 콘서트를 취소해 달라"는 민원이 등장했다. 이 민원인은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콘서트 당일 많은 사람이 경기장에 모여 잔디 상태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라크전까지 남은 기간 잔디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잔디 논란이 계속되자 대한축구협회는 이라크전 경기를 다른 곳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라크전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하겠다고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보고했으나, AFC 측은 '이라크전을 치를 다른 경기장 후보를 제시하거나,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개선을 위한 세부 계획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협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축구협회는 용인 미르스타디움, 천안종합운동장, 안산 와스타디움 등 인천공항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경기장 실사에 나서는 등 대체 경기장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