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익병 "수만 명 목숨 위험한데 내년 의대 입시 왜 못 바꾸나"

입력
2024.09.13 14:00
"조규홍 장관은 석고대죄해야"
정치권 사퇴 압박에 한목소리
국내 의사 수도 "이미 충분해"

정치권이 의정 갈등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압박하는 가운데, 유명 방송인 겸 피부과 전문의인 함익병씨도 "석고대죄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씨는 1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의대 2,000명 증원을) 조 장관 본인이 결정했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지금은 잘못한 사람이 결자해지하면 (의정 갈등 사태가) 끝난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지난 6월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내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늘리기로 한 결정의 주체가 자신이었다고 밝혔다. 함씨는 "조 장관이 경제만 쭉 (근무)하셨던 분이니까 '내가 (의료계 사정을) 너무 몰랐다' 하고 물러나면 된다"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기획재정부에서 주로 근무한 경제 관료 출신이다.

함씨는 의료 공백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내년도 의대 증원부터 유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사협회 등은 협상 전제 조건으로 이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미 내년도 입시가 시작된 만큼 정책 철회 땐 수험생 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함씨는 "사람 수천, 수만 명의 목숨이 쌓여 있는데, 아직 뽑지도 않은 학생들 (대상으로) 수능 제도를 한 번 바꾸는 게 뭐가 대단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몇 년 전도 아니고 몇 달 전에 말도 안 되는 입시제도가 급조됐다"면서 충분히 유예가 가능하다고 봤다.

"바이탈 의사가 보람 느끼는 시스템이 대안"

국내 의사 수도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함씨는 "우리나라 의사 전문의 (증가)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5배 정도가 된다. 3년만 지나면 OECD 평균을 넘는다. 증원을 안 해도 3년만 지나면 숫자상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에서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뒤처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함씨는 "스웨덴에서는 내과 진료를 예약하는 데 2주가 걸리고 피부과는 40일이 걸리지만, 우리나라는 피부과든 뭐든 가서 접수만 하면 평균 17분을 기다려 무조건 (진료를) 본다"고 했다.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는 의대 증원이 아닌 해당 분야의 근로 환경 개선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함씨는 "의사들이 바이탈(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분야)과를 가는 이유는 사람을 살리는 쾌감이 '뽕'을 맞은 것처럼 너무 좋기 때문"이라며 "그런 의사가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고 몸이 더 힘들어도 보람을 느끼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