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리가 낄 판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의원)
강경한 의료계 압박 차원에서 여야의정 협의체(협의체)부터 먼저 띄우자는 여권의 호소에 더불어민주당은 "의사부터 설득하라"고 공을 넘기고 있다. 추석 연휴 의료 대란 우려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 여당과 달리 "'앙꼬 없는 협의체'에 발을 담갔다가 괜히 책임만 뒤집어쓰는 들러리가 될필요는 없다"는 게 민주당 판단이다. 그러나 의대 증원은 정권과 상관없이 해결돼야 할 문제로, 야당도 보다 더 전향적 자세로 초당적 협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언론플레이를 세게 하고 있다. 일부 의료단체가 협의체 참여를 긍정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대표성 있는 의료 단체 참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대표성 없는 '식물협의체'에 민주당을 끌어들여, 중재자 한동훈의 성과를 명절 밥상에 올려놓고 싶은 것이냐"고 직격했다.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한 정부 여당의 정치적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 공백 사태의 키를 쥐고 있는 의사단체는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이라, 실효성 있는 근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야당에선 정부 여당이 '졸속 협의체' 참여를 구실로, 의료대란 실정의 책임을 야당에도 떠넘기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이에 민주당은 의료계를 설득할 최종 주체는 정부 여당이라고 선을 긋는 동시에 이른바 3대 요구안(대통령의 사과, 장차관 문책, 2025년 증원 재논의)을 강조하며 정부 책임론을 연일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처지는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의대 증원 문제는 문재인 정부 때도 추진했다가 실패했던 국가 과제다. 이번에 해결하지 못하면 차기 정권의 부담감은 더 커진다. 이에 민주당 나름 의료계를 달래며 설득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날 민주당 의료대란 대책특별위원회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간담회를 개최한 것도 대화 창구를 이어가려는 노력이다.
정부를 뺀 국회 차원의 협의체 출범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지도부 의원은 "정부가 영 제대로 못하면 아예 손을 떼게 한 뒤, 여야가 뜻을 모아 의대증원과 필수공공지역 의료 대책을 담은 의료대란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국회에 전권을 줄 가능성은 낮은 만큼 이 역시 실현가능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