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부산에서 쇼핑몰 대전(大戰)을 펼친다. 신세계는 기존 아울렛의 영업 면적을 50% 넓히며 부산 아울렛 선두 주자인 롯데에 도전장을 냈다. 롯데는 10년 만에 아울렛을 리뉴얼하며 방어전에 나섰다. 여기에 현대가 백화점과 아울렛을 합친 신개념의 복합쇼핑몰을 처음 선보이면서 인구가 760만 명에 달하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유통 빅3 간 각축전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신세계사이먼은 "부산 기장군에 있는 신세계 사이먼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이 재단장을 마무리하고 12일 문을 연다"고 11일 밝혔다. 2013년 8월 개점 후 11년 만의 리뉴얼이다. 총 사업비 약 1,500억 원이 투입돼 영업 면적은 3만3,100㎡(약 1만 평)에서 5만1,480㎡(1만5,600평)로 1.5배 넓어졌다. 영남권 최대 규모의 나이키 유나이트 스토어가 입점하고, 전국 최대 규모의 골프 전문관이 조성된다. 또 클랩피자, 오복수산 등 '서울 맛집'으로 유명한 식음료(F&B) 매장 10곳 이상을 부산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지역 아울렛 시장의 선두는 부산 기장군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동부산점이다.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보다 1년 늦은 2014년 말 문을 열었지만, 2배 이상 큰 영업 면적(8만3,000㎡·2만5,000평)을 내세워 시장을 잠식했다. 지난해 매출은 7,130억 원으로 국내 전체 아울렛 34곳 중 신세계 여주점(7,710억 원)에 이어 2위다. 이에 신세계는 2022년 9월 리뉴얼 공사에 착수, 총 1,500억 원을 투자해 부산 아울렛 규모를 50% 이상 확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롯데와 경쟁할 수 있는 체급이 됐다"고 했다. 이에 롯데는 동부산점에 4,628㎡(1,400평) 규모 휴식·문화 공간을 새롭게 선보이며 수성에 나섰다. 개장 후 10년 만의 리뉴얼이다.
현대백화점도 아울렛 전쟁에 참전했다. 부산 동구에 있는 부산점을 '커넥트현대'란 이름으로 리뉴얼해 6일 개점했다. 1995년 문을 연 부산점은 지역 대표 백화점이었지만 구도심 상권이 쇠락하고 2009년 인근에 세계 최대 규모인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들어서며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이에 백화점의 고급 상품과 아울렛의 가성비 쇼핑, 미술관의 문화·예술 체험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신개념 도심형 복합쇼핑몰'로 29년 만에 재단장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도심지 특성상 롯데·신세계 아울렛처럼 면적 확대가 불가능한 현대는 'MZ세대 놀이터'라는 정체성에 집중해 매장 곳곳에 전시·체험형 문화예술공간을 만들었다. 1층에 스페인 산업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 만든 약 5m 높이의 작품 '더 비저너리'를 배치한 게 대표적. MZ세대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스팟을 조성한 셈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커넥트현대의 주 타깃이 부산 2040세대인 만큼 롯데·신세계 아울렛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유통 빅3가 부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부산·울산·경남 인구를 합하면 760만 명을 넘는다. 제조업 중심지인 울산이나 창원, 거제 등을 중심으로 구매력 있는 고객도 많은 편이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38만 명에 달할 정도로 관광 중심지이기도 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 간 교외 아울렛 신경전이 어떻게 될지, 현대커넥트를 계기로 서부산 상권이 살아날 수 있을지 관전 포인트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