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최재영은 '디올백'으로 공동운명체?... "어느 한쪽만 처벌 어려운 구조"

입력
2024.09.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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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사건 최종변수, 최 목사 수심위]
대통령 직무 관련성 핵심... 처리 방향 일치
최재영 "청탁하며 준 금품... 둘 다 처벌을"
검, 김건희 사건서 "직무 관련성 X" 결론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한 기소·수사 적정성을 논의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김 여사 사법처리 여부를 좌우할 최종 변수로 떠올랐다. 앞선 김 여사 수심위에서 불기소 결론이 나오면서 김 여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것은 거의 확실했지만, 검찰이 최 목사 수심위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완전히 불씨가 꺼지지는 않은 상황으로 변했다. 최 목사 수심위의 최대 쟁점은 '디올백'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 있느냐 없느냐다.

1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금까지 명품가방 수수와 관련한 김 여사 사건과 최 목사 사건은 동일 사건이 아닌 별개 사건으로 평가돼 왔다. 두 사람이 가방 '공여자-수수자' 관계이긴 해도, 처벌 조항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청탁금지법은 배우자에 대한 금품 공여자(최 목사)의 처벌 규정만 있고, 배우자 처벌 규정은 없다. 또 김 여사가 고발당한 알선수재 혐의에선 수재와 쌍을 이루는 '알선증재죄'가 없다. 공여자가 아닌 '수수자만' 처벌 대상이 된다. 이렇게 다르게 처분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두 사람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는 게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그럼에도 이원석 검찰총장이 두 사건 동시 처분을 지시한 것은 공통 쟁점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바로 '디올백의 성격'이다. 알선수재죄는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을 수수할 때 성립한다. 또 수사팀이 청탁금지법의 법리검토를 거친 결과,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금품을 건넨 공여자도 그것이 '직무와 관련한' 행위일 때만 처벌할 수 있다. 두 사건 모두에 '금품의 직무 관련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물론 뇌물죄로 포섭할 수 없는 부분까지 규율하려는 입법 취지상 청탁금지법의 '직무 관련성'은, 대가성까지 갖춰져야 하는 알선수재죄의 '직무 관련성'보다 입증이 용이하다. 범죄 고의성 등을 이유로 금품 공여자나 수수자 일방만 처벌받은 전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직무 관련성' 유무만을 중심에 놓고 따져보면, ①디올백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건넨 금품이라면 김 여사와 최 목사 모두 처벌이 가능해지고, ②직무 관련성이 없다면, 모두 처벌이 어려워진다.

24일 열리는 최 목사 수심위도 디올백의 직무 관련성을 두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최 목사는 스스로 "부정한 청탁과 함께 건넨 직무 관련 금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품과 함께 ①전직 미국 연방의원협회 접견 ②김창준 전 미 하원의원 국립묘지 안장 ③통일TV 송출 재개 등을 청탁했다는 것이다. 반면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명품가방 등 수수에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팀은 최 목사 사건 수심위에서도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이라는 논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심위 구성원은 김 여사 사건 수심위와 다른 위원들이라, 이론적으로는 앞선 수심위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운영지침에 따르면 수심위는 위원장이 약 250명의 외부 전문가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15명을 선정하며, 이전 수심위 심의에 관여하지 않은 위원을 우선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수심위 역시 법학교수나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완전히 동떨어진 결론을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결국 수심위도 검찰과 마찬가지로 명품가방 수수가 사회적으로 적절했는가를 보기보단, 그것이 현행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심의하는 곳"이라며 "비법률가,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의 판단과 법 전문가들이 포함된 수심위의 판단은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여사 사건 수심위 때 출석할 수 없었던 최 목사가 이번에는 직접 출석하게 돼, 그의 진술이 변수로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최 목사는 수심위에서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며 "김 여사와 함께 처벌해 달라"고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동순 기자
강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