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금융감독원이 젊은 직원들의 줄퇴사로 뒤숭숭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소관 외 일까지 넘나드는 광폭 행보에 직원들은 "삼라만상이 우리 일이 됐다"며 과중한 업무를 푸념하고 있다. 올해 들어 퇴사한 4급 이하 저연차 직원 수가 지난해의 2배가량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20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금감원 퇴직자는 77명이다. 이 중 저연차인 4, 5급 퇴사자 수만 31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 5급 퇴사자 16명보다 2배가량 많다.
저연차 직원들이 금감원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과중한 업무량이 꼽힌다. 이 원장이 취임한 이후 사나흘에 한 번씩 브리핑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경제 정책 전반에 목소리를 내다보니 직원들의 업무량도 그에 비례해 급증했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사소한 일도 빨리빨리 보고하도록 하고 일이 느린 국장급 직원에 대해선 인사 발령을 내려버리니 아래 직원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부서원 전원이 주말에 출근하거나 밤 11시, 12시까지 대기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를 못 버티고 최근 경력직으로 입사한 직원 중 원래 다니던 회사로 돌아가는 사례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원장이 금감원 소관 외의 일까지 나서다 보니 직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4월 총선 당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새마을금고를 통해 편법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금감원에서 현장 조사를 나간 것이 대표적이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검사권은 행정안전부가 갖고 있지만 이 원장의 결정에 직원들은 하지 않아도 될 조사·분석 업무를 챙겨야 했다.
법무부 소관인 상법 개정도, 기획재정부 소관인 금융투자소득세 등에도 이 원장의 개입은 거침이 없다. 여기에 가계부채, 금리, 금융권 최고경영자 선임 등까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를 확장시키는가 하면, 심지어 기업 지배구조 개편(두산그룹) 문제까지 오지랖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이 원장의 광폭 행보에 금감원 직원들은 그의 일정에 맞춰 발표 자료 등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의 업무 과중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금감원 직원의 시간 외 근무는 지난해 대비 16.2% 증가했다. 당초 책정된 올해 시간 외 근무 수당은 이미 소진됐다. 금감원 총무국이 최근 시간 외 근무를 신청하지 말라는 내용의 '불요불급한 시간 외 근무 감축 캠페인'을 발표했다가 직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금감원 직원은 "시간 외 근무를 신청하지 못하게 되면서 랜선을 뽑고 일하거나 문서를 출력해 집에서 일하는 직원도 상당하다"며 "줄퇴사를 멈추려면 원장부터 삼라만상을 금감원의 업무라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