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4호기 냉각수 누설, 잘못 끼운 고무패킹 때문… 또 원전 관리 소홀

입력
2024.09.12 16:00
8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냉각수 누설 조사 결과
정비 중 고무패킹 이탈로 냉각수·바닷물 섞여
차단기 잘못 만져 멈추더니... 관리 부실 거듭

지난 6월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 원자력발전소 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서 발생한 냉각수 누설은 열교환기의 고무패킹을 잘못 끼워뒀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누설된 양이 환경이나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설비를 철저히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잘못 붙인 고무패킹 이제야 확인

12일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제200회 회의에서 원안위는 '월성 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냉각수 누설사건 조사결과'를 위원들에게 보고했다.

보고에 따르면 문제가 된 건 열교환기 3대 중 1대다. 사건 당시 월성 4호기는 계획예방정비 기간이었기 때문에 한수원은 설비 점검을 위해 6월 22일 열교환기 1대의 펌프를 교체해 운전했다. 그러다 내부 압력에 변화가 생겼고, 이에 충격을 받은 고무패킹 일부가 제자리를 벗어났다. 이후 2시간 20여 분 동안 냉각수 2.4톤(전체의 0.1%)이 해수(1만9,000톤)와 섞여 바다로 누설됐다고 원안위는 설명했다.

저장조에서는 열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물로 꾸준히 식혀줘야 하는데, 이 물(냉각수)이 적정 온도를 유지하려면 열교환기에서 냉각돼야 한다. 그래서 열교환기 내부에 별도 배관을 만들어 찬 바닷물을 통하게 해 식힌다. 이때 냉각수와 바닷물이 섞이지 않는 게 중요한데, 이 역할을 '가스켓'이라고 불리는 고무패킹이 맡는다.


문제의 고무패킹은 2022년 4월 정비 때 이미 잘못 설치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설치 방법의 허점 때문이었다. 고무패킹은 열교환기가 세워진 상태에서 수직으로 끼우고 이 위에 플로팅헤드 커버를 덮는 식으로 설치돼왔는데, 이 과정에서 고무패킹이 흘러내리거나 이탈될 수 있다. 실제로 월성 4호기에선 고무패킹이 살짝 빠져나온 채로 설치된 탓에 정비 중 압력이 가해지자 제자리를 벗어났고, 냉각수가 바닷물 배관으로 섞여 들어갔다. 고무패킹 설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2년 넘게 지나 사고가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작은 허점이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는 원전의 특성상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원전 확대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올 초 신한울 1호기 자동정지 사건에 이어 인적 오류가 거듭되는 데 대해 우려의 시선이 늘 수밖에 없다. 신한울 1호기는 전류 차단기가 잘못 연결된 상태에서 정비원이 차단기 버튼을 상태 표시등으로 오인해 누른 바람에 정지됐다.

더구나 한수원은 냉각수 누설을 원안위에 곧바로 알리지 않았다. 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수위 감소를 인지한 뒤 열교환기를 신속히 격리하긴 했으나, 열교환기 내부 해수 시료를 두 차례 분석한 뒤에야 원안위에 보고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방사능 특이사항이 확인되는 대로 즉시 보고하도록 (한수원에) 절차 개선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인근 환경과 주민에 나쁜 영향 없어"

원안위는 월성 2~4호기 열교환기 전체를 확인한 결과, 같은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월성 이외의 원전은 냉각 방식이 달라 문제가 없고, 이번 누설이 인근 환경이나 주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배수구 방사능 농도는 배출관리기준을 만족했고, 인근 해수·퇴적물·어류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삼중수소와 세슘 농도가 평상 변동 범위 수준이었다"며 "주민 피폭선량은 연간 0.000000394밀리시버트(m㏜)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일반인의 연간 선량한도는 1m㏜다.

월성 원전의 해당 고무패킹 설치 방식은 변경될 예정이다. 동시에 △고무패킹 재질을 바꾸고 △계획예방정비 때마다 고무패킹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해수 압력을 냉각수보다 높이고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수위 증감률 경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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