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예능의 변주…힘 쓰는 여성들의 서바이벌

입력
2024.09.14 13:42
여자들의 힘 쓰는 예능들 대거 라인업 형성
여군 특집부터 철인3종 도전하는 여성 배우들까지
성별 떠나 승부에 집중하는 열정 부각

'강철부대 여군특집' '여왕벌 게임' 등 피지컬 예능들이 이번엔 여성들을 조명한다. 물론 그간 남성들만 부각시켰던 예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피지컬100'의 경우 성별 제한 없이 출연시켰고 심으뜸 등 여러 여성 운동인이 주목받았다. 앞서 여성 피지컬 예능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넷플릭스 '세이렌'이 충분히 선보였다. 이에 여군이라는 키워드가 '강철부대' 전성기를 다시금 이끌어낼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다. 특히 채널A에겐 쇄신을 예고한 '강철부대'의 부흥이 필요한 순간이다.

수년 간 피지컬 서바이벌들은 연속적인 흥행을 거뒀다. 대표적인 예시로 '피지컬: 100'의 시즌2는 시즌1 못지않은 성과를 거뒀고 채널A '강철부대'는 어느덧 시즌3까지 선보였다. 이 외에도 '몸쓸것들' '순정파이터' 등 스포츠와 피지컬적 한계 극복 서사를 접목시킨 예능들이 꾸준히 론칭됐던 터다. 스포츠형 서바이벌이 인기를 끌었지만 여성 출연자들에 대한 이목은 다소 희미했다. 장은실이나 심으뜸 등이 일부분 거론되긴 했지만 혼성 피지컬 예능에서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가운데 이제 본격적으로 여성 피지컬 시대가 열렸다.

내달 1일 첫 방송되는 채널A '강철부대W'는 최정예 여군들이 팀을 이뤄 부대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출연하는 최정예 여군들이 시즌 1~3과 견주어도 깜짝 놀랄 만한 실력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기존 여성 서바이벌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여군들의 실제 훈련 모습과 사격 대결 등이 새로운 재미를 예고했다. 특히 '강철부대'가 시즌을 거듭하면서 비교적 낮은 성적표를 받았던 만큼 '강철부대W'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피의 게임'으로 국내 OTT들 중에서 뚜렷한 색채를 선보였던 웨이브도 여성 피지컬에 방점을 찍은 예능을 선보인다. 오는 13일 공개되는 '여왕벌 게임'은 여성 리더 1인과 남성 팀원 3인이 팀을 이뤄 상금을 놓고 경쟁하는 계급 생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공개된 스틸컷과 티저 영상 등에서 팀원들 뿐만 리더들도 피지컬을 적극 활용해 야생의 환경에서 극한의 생존 미션과 치열한 몸싸움을 선보인다. 제작진은 각 분야의 강한 여성으로 대표되는 핫한 인물들을 주목했다. 여성 댄스 크루 프라우드먼의 수장 모니카를 비롯해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자 '피지컬100'에서 유일한 여성 팀장으로 활약했던 장은실,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에이스이자 팀장으로 인기몰이 중인 배우 정혜 등이 나선다. 이 밖에도 걸그룹 출신과 비치발리볼 국가대표 출신이 출연을 예고하면서 기대감이 모인다.

특히 '피지컬 100'과 '강철부대'를 연출한 강숙경 작가가 두 작품을 나란히 도맡았다. '여왕벌 게임' 제작진은 "24인의 경쟁을 통해 온갖 부류의 인간군상이 총망라된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 담긴다. 우승을 향한 인간의 물질욕,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겠다는 지배욕, 그리고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명예욕 등이 극한의 생존 게임을 통해 적나라하게 표출되면서 서바이벌 특유의 재미를 안겨주는 것은 물론, 우리 현실 사회를 반추해보는 메시지도 보여줄 것"이라고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아울러 배우 진서연 유이 설인아 박주현이 출연하는 '무쇠소년단'도 피지컬 예능의 한 축을 담당한다. '무쇠소녀단'은 tvN 예능에서는 새롭게 시도되는 콘텐츠이자 예능 프로그램 최초로 여배우들의 철인 3종 출전기를 그리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연출을 맡은 방글이 PD는 '무쇠소녀단' 기획 의도에 대해 "멋진 여자들의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철인 3종 경기라는 종목 자체가 여성 참가자 수가 상대적으로 더 적다. 그만큼 철인과 여성이라는 단어가 쉽게 연관 지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 바로 이런 대비되는 느낌에서 착안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단단하고 강인한, 운동하는 건강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보니 전원 여자들로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멤버들은 물 공포증이나 자전거 트라우마, 불면증, 관절 질병 등에도 도전을 결심하고 철인 3종 경기에 임하는 중이다. 어려운 작품 속 캐릭터를 소화했던 경험이 이들의 도전 욕구에 큰 자극제가 됐다는 후문이다. 멤버들은 철인들의 꿈의 무대인 통영 월드 트라이애슬론컵에 도전, 훈련을 지속하는 중이다.

이러한 성과는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이하 '사이렌')과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초석이 있기에 가능한 지점이다. '사이렌: 불의 섬'은 최강의 전투력과 치밀한 전략을 모두 갖춘 여성 24인이 직업군별로 4명씩 팀을 이뤄 미지의 섬에서 치열하게 부딪치는 생존 서바이벌 예능이다. '사이렌'은 공개 직후 각 팀별로 팬덤이 형성될 정도로 큰 호평을 받았다. 경찰·경호·군인·소방 등 각 종사자들이 성별에 대한 편견을 깨면서 진심으로 서바이벌에 임했고, 최종 오늘의 대한민국 TOP 2위를 기록했다. '골때리는 그녀들'은 여성 축구 대중화, 더 나아가 여성 생활 체육 활성화까지 이끌어냈다. 이처럼 여성 피지컬 예능들이 호성적을 거두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을지 기대감이 크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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