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변인 "'주술' 같은 2000명 증원 물러야...국민·미래세대 건강 달렸다"

입력
2024.09.10 11:10
최안나 의협 대변인 라디오 인터뷰
"내년 증원하면 전공의·의대생 안 돌아와"
'응급실 블랙리스트' 관련해선 "일부 일탈"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내년도 의대 증원부터 재논의하지 않으면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변인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올 핵심 선결 조건으로 '내년도 2,000명 증원 철회'를 내세웠다.

최 대변인은 1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 "일단 지금 의료현장의 붕괴를 막고 정상화시키는 게 우선"이라며 "전공의와 의대생의 요구 사항을 반영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협의체를 담보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 근거와 대책 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주술 같은 (의대 증원) 2,000명을 좀 중단하고,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가 개선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제대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 제도 개혁과 더불어 의대 증원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계하려면,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도 2년 넘게 걸린다는 게 최 대변인의 주장이다.

현재 정부는 내년도 의대 증원 유예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9일 "이미 대입 수시 접수가 시작됐고, 대입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2026년 이후 정원 규모는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갖춘 합리적 의견을 내놓는다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대변인은 내년도 2,000명을 증원하게 되면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2025년에 증원을 그대로 한다면 결국 의대생과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내년에 7,500명을 아무 준비 없이 가르칠 방법이 없다"면서 "그러면 또 대규모 휴학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그러면 2026년은 원래 의대생 정원인 3,000명도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최 대변인이 언급한 7,500명은 올해 집단 유급이 된 의대생 예과 1학년 3,000여 명과 내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4,695명)을 합친 숫자다.

내년도 의대 증원을 유예할 경우 입시 현장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최 대변인은 "아무 문제없던 입시도 의료도 이런 비상사태를 만든 게 정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험생들과 가족들, 모든 국민들이 값싸고 접근성 좋고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건 모든 국민과 미래세대의 건강을 위한 일인데, 이것 자체가 붕괴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우려 해결 위해 지혜 모으는 게 우선"

응급실을 운영하는 의사들 명단이 담긴 이른바 '응급실 블랙리스트'가 공개된 것에 대해서 최 대변인은 "일부 의사들의 일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서 "모두 다 자발적으로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 의료가 제대로 가기 위해서 정부의 이런 정책은 바로잡아야 된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의협 차원에서 '응급실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자제하라고 공식적으로 권고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해서 될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걱정하는 이런 문제를 빨리 해결할지 저희가 지혜를 모으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