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예능과 드라마에 부쩍 자주 등장하며 인기 관광지로 뜨고 있는 몽골. '윈도우 배경화면' 같은 푸른 초원으로 유명하지만, 실상은 지난 80여 년간 기온이 2.49도 올라 세계 평균보다 2배 빨리 뜨거워졌고 국토 76.9%(2020년·몽골 자연환경관광부)는 사막화 영향에 놓인 기후위기 최전방이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몽골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입을 모아 요란해진 날씨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오 하르츠세뜨(67)는 "어릴 때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폭우나 황사도 덜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날씨는 변덕스럽고 폭염도 잦아졌다"면서 "후손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람사르 습지인 어기(Ugii) 호수 교육관 전문가인 체 에르뗀토야는 "올겨울 기온은 영하 38도까지 떨어지고, 7월 초에는 일주일 넘게 비가 안 오고 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며 "여름에 눈이 오거나 전에 드물던 폭우가 잦아지는 등 기후변화를 체감한다"고 우려했다.
기후변화 차원에서 몽골은 역설적인 나라다. 국가 차원의 탄소 배출 책임은 미미한데 피해는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받고 있어서다. 저개발국인 몽골은 제조업 등 산업 기반이 없고 인구도 340만 명으로 적어, 2022년 전 세계 탄소 배출량(371억 톤) 중 몽골의 비중은 0.1%(3,789만 톤)에 불과했다(OWID).
그러한 동시에 몽골은 글로벌 최대 석탄 수출국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광업에 의존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겨울 평균기온은 영하 10~30도로 난방 에너지 수요가 높다 보니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세계 평균보다 2.4배 높기도 하다. 탄소중립을 위해 국제적 '탈석탄' 압박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국가 핵심 산업도 변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탈석탄과 에너지 전환은 몽골 내부 환경을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다. 몽골에서는 국토 황폐화로 2000년대부터 대규모 인원이 지방에서 수도 울란바토르로 모여드는 추세인데, 인구 과밀 탓에 상당수 빈곤층은 난방 시스템이 없는 도시 외곽 게르촌에 거주하며 무가공 원탄(raw coal)으로 겨울을 난다. 이는 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최악의 대기오염 문제로 이어진다. 가장 추운 날에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세제곱미터(㎥)당 687마이크로그램(㎍)을 기록했다. 한국 기상청 '매우 나쁨' 발령 기준인 76㎍의 9배에 달하는 것이다.
몽골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10억 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과 더불어 사막화의 주요 원인인 과방목 제한,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 여러 대책을 모색 중이다. 다만 전문 인력, 예산 확보가 발목을 잡는다. 26년간 몽골 자연환경관광부에서 일하며 산림청장 등을 지낸 체 담딩 푸른아시아 고문은 "몽골은 석탄 자원이 아주 풍부하지만 탄소 감축을 위해 석탄 사용을 줄여야 한다"면서 "몽골은 태양, 바람 같은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지만 전문 고급 인력과 기술, 예산이 부족해 국제사회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 확충은 한국에도 상당한 도전 과제지만, 앞서가는 기술력 측면에서는 몽골과 에너지 분야 협력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한·몽골 협력 방안' 보고서에서 "몽골은 전력 부족 국가고 석탄 화력 발전 의존도가 90%에 달해 에너지 다각화 필요성이 높다"며 "신재생에너지 발전, 저장 장치, 발전 용량 및 효율 제고나 송배전·난방 인프라 현대화를 위한 협력 기회가 지속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