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은 웹툰 성공을 예상하셨나요?”
8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빈컴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만화·웹툰 전시회 ‘K-코믹스 월드 투어’ 행사장. 웹툰 ‘이태원 클라쓰’를 그린 조광진(37) 작가와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한 20대 베트남 여성이 유창한 한국어로 던진 질문이다.
조 작가는 “일정 수준의 흥행을 바랐는데 기대보다 10배 넘는 흥행을 한 것 같아 얼떨떨하다.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정말 기쁘다”고 답했다.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전날 베트남 북부를 덮친 슈퍼 태풍 ‘야기’의 여파로 이날 역시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이어졌으나, 궂은 날씨 속에서도 200여 명이 전시회를 찾았다. 베트남 관람객들은 조 작가에게 “왜 남자 주인공의 머리를 짧게 표현했나” “배우 박서준씨가 (동명의) 드라마 주인공 배역을 거절했을 경우에 대비해 다른 배우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작품의 질과 마감일 중 어떤 것을 더 우선하는가”라는 질문도 쏟아냈다.
지난 7일 개막해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K웹툰’에 대한 베트남의 높은 관심과 인기를 보여 준다. 베트남에서 한국 만화·웹툰 관련 행사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베트남 넷플릭스 1위에 오른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스위트홈’의 원작 웹툰 지식재산(IP)으로 구성됐다.
전시장은 한국 이태원 거리와 포장마차, ‘스위트홈’의 폐허가 된 아파트 및 괴물 등으로 꾸며졌다. 모두 원작에 등장하는 공간과 캐릭터들이다. 웹툰 색칠(컬러링)과 한국 포장마차 메뉴 레시피 체험, 작품 관련 의상 착용, 괴물 사진 찍기 등 다양한 체험도 진행된다.
베트남 대학생 팜민호아(21)는 “평소 즐겨 보던 한국 드라마의 원작을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며 “작가에게 웹툰 제작 과정과 배경 설명을 직접 들으니 마치 작품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여섯 살 아들과 함께 전시회를 찾은 응우옌탄후이(33)는 “원래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스위트홈을 본 뒤 한국 웹툰과 드라마에 푹 빠졌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도 했다.
최승진 주베트남 한국문화원 원장은 “2023년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 베트남에서 한류 콘텐츠 소비 1위가 웹툰이었다”며 “이번 전시가 현지인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즐거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전시를 마친 뒤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벨기에 브뤼셀(9월), 이탈리아 로마(10월), 싱가포르(11월)에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