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제주들불축제 ‘오름 불놓기’ 존폐 논란 재점화

입력
2024.09.09 14:45
제주시가 폐지키로 결정했지만
‘기존대로’ 주민 조례로 맞불
도의회 통과하면 파장 예상

제주의 대표축제인 들불축제의 ‘오름 불놓기’에 대한 존폐 논란이 재점화됐다. 제주시는 환경훼손과 산불위험 등을 이유로 ‘오름불놓기’ 행사를 폐지키로 결정했지만, 지역주민들은 기존 방식대로 축제를 개최하는 내용의 주민조례를 발의하는 등 정면으로 맞불을 놓았기 때문이다.

9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제주들불축제 장소인 제주시 애월읍 주민들을 포함한 도민 1,283명의 서명으로 지난 5월28일 도의회에 청구된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 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발의됐다. 이 주민조례안은 도의회 주민조례 발안 심사위원회를 통과해 관련 법률에 따라 이상봉 도의회 의장 명의로 공식 발의됐다. 다음달 도의회 임시회에 상정돼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해당 조례안은 매년 정월대보름(음력 1월15일) 전후 제주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목초지 불놓기, 달집태우기, 불 깡통 돌리기, 민속놀이 등 세시풍속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제주들불축제를 개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은 제주시가 원탁회의식 숙의형 정책 개발을 통해 지난 6월 20일에 발표한 ‘2025 제주들불축제 기본계획’과 정면 배치된다. 이 계획은 환경훼손, 산불위험 우려로 목초지인 새별오름에 불을 놓는 축제 핵심 콘텐츠인 ‘오름 불 놓기’를 폐지 하자는 것이다. 오름 불 놓기는 제주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방애)를 현대적으로 재현해 새별오름 30만㎡를 태우는 행사로, 국내 최대 규모의 불 관련 축제로 꼽혀왔다. 하지만 지난해 동해안 산불 여파와 환경훼손 등의 이유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존폐 논란이 이어져왔다. 산불 위험과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주시는 새로운 들불축제 방향을 찾기 위해 올해 축제를 개최하지 않았다. 이후 시는 숙의형 원탁회의 등을 거쳐 결국 오름 불 놓기 행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급기야 시는 오름에 직접 불을 놓는 방식 대신 빛과 조명 등을 이용해 축제의 의미인 불을 형상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오름 불 놓기’를 되살리기 위한 주민 조례가 발의되면서, 들불축제가 다시 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주시는 우선 다음달 열리는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주민 조례 심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제주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름 불 놓기 행사를 이미 폐지하기로 결정된 상황에서 해당 주민 조례가 발의돼 제주시가 매우 난처한 입장”이라며 “만약 해당 주민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하면 당장 내년 축제 개최 여부 문제 등 논란이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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