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법사위 소위 단독처리...與 "추석 밥상에 올리려는 정치 술수"

입력
2024.09.09 19:30
국힘 불참 속 민주당 주도로 법안 소위 통과
민주 "특검 필요성 커져... 국민 상처 안 돼"
"수박 특검" "정치적 술수" 정부여당은 반발
추석 전 본회의 상정 여부 관건... "논의 중"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과 채 상병 순직 사건 특별검사법이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12일 본회의에서 두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법안 추진 강행에 "추석 밥상에 올리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국회 법사위 법안1소위는 이날 김 여사와 채 상병 특검법을 동시에 처리했다. 여당 의원들은 모두 퇴장했고, 표결은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이뤄졌다.

특검법이 정한 수사 대상은 광범위하다. 김 여사 특검법은 기존의 △도이치모터스 등 주가조작 △명품가방 수수에 △채 상병 사건 등과 관련된 인사개입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이 더해졌다. 채 상병 특검법은 △채 상병 사망 경위 및 해병대 수사단 등 수사외압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출국 등이 담겼다. 특검 추천 권한은 각각 야권과 대법원장에게 부여했다. 다만 채 상병 특검법은 야권이 대법원장에게 특검 추천 후보 재의를 요구할 권한이 담겼다.

민주당은 당초 12일 본회의 상정을 계획했던 지역사랑상품권법에 더해 두 법안을 함께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혐의에 대해 모두 면죄부를 줬는데, 많은 국민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제3자 특검법 발의를 미적대니 진실 규명을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본회의에는 일부 법안만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국회의장 설득 및 법안 강행 처리로 인한 추석 민심 악화 가능성을 고민하면서 법안 처리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10일 의원총회에서 본회의 대응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여당은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 1월 헌법관례 무시 등을 이유로 재의요구를 했는데 (야권이) 오히려 더 많은 논란을 덧붙여서 재발의한 것"이라며 "채 상병 특검법은 경찰 수사 통해서든 청문회 통해서든 외압의 근거가 없는 게 밝혀져서 국민들이 피곤해하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는 "여당에서도 '수박특검'(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저희도 '분칠한' 특검법으로 평가한다"며 날을 세웠다. 유상범 국민의힘 간사는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추석 밥상에 김건희 특검법을 올리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고 비판했다.

박준규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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