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역대급 폭염이 전국을 덮치면서 2023년 같은 달보다 가구당 전기요금이 평균 7,500원가량 더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전력은 9일 올 8월 주택용 가구당 전기 평균 사용량은 363킬로와트시(kWh), 전기요금은 6만3,61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 13%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기 사용량은 지난해보다 30킬로와트(kW), 전기요금은 평균 7,520원 더 늘어났다. 한전 관계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역대 최대 무더위 속에서도 전기 절약을 실천한 덕분에 전기요금 증가가 우려했던 수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전이 발표한 잠정 집계치는 8월 총 전력 사용량을 2,500만가구로 나눠 계산한 값으로, 최종 사용량과 가구원수에 따라 최종적으로 고지될 전기요금과 차이가 날 수 있다.
전달(7월) 대비 한전의 전기 판매량은 평균 1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주택용 전기 판매량 증가율은 38%로, 농사용(31%)·음식점 등 일반용(16%) 등과 비교했을 때 특히 8월 주택용 전력 사용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한전의 8월 주택용 전기 판매수익은 7월보다 5,933억 원, 지난해 8월보다 2,2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대비 전기요금이 증가한 가구는 약 1,922만 가구로 전체 가구 중 76%를 차지했다. 오히려 요금이 감소한 가구는 569만 가구(23%)였으며 변동이 없는 가구는 31만 가구(1%)였다.
요금이 증가한 가구 중 40%가량은 전기요금이 작년 8월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전년 동월 대비 요금 증감 가구수를 조사한 결과 △0~1만 원 974만 가구(39%) △1만~3만 원 710만 가구(28%) △3만~5만 원 126만 가구(5%) △5만~10만 원 75만 가구(3%) △10만 원 이상 38만 가구(1%) 등 순이었다. 113만 가구는 2023년 8월보다 전기요금을 5만 원 이상 더 내야 하는 셈이다.
다만 전기요금이 소폭 증가한 가구 비중이 많은 이유는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전기사용량 증가 폭이 크지 않은 탓으로 추정된다. 한전 측은 "1인 가구 증가 등 영향으로 전기 사용 환경이나 양상이 눈에 띄게 달라지면서 가구 형태에 따라 전기요금 증가 편차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올 8월 주택용 가구당 평균 사용량(363kWh) 기준으로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는 다른 나라 전기요금과 비교한 결과, 일본과 프랑스는 우리나라 요금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약 2.5배, 독일은 약 3배 수준이었다.
정부는 4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전기요금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전의 2021년 2분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누적 적자는 41조 원, 부채 200조8,555억 원(올 1분기 기준)으로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오흥복 한전 기획부사장은 "정부와 함께 전기요금 인상 시기와 수준, 요금 제도 개편을 함께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