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해군 전함 두 척을 인도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친중(親中) 성향 국가인 캄보디아의 앞바다를 전초기지로 삼아, 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우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말리 소치아타 캄보디아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중국이 캄보디아에 함선 2척을 선물로 제공하기로 했으며, 이르면 내년 중 인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도되는 함선은 캄보디아 레암 해군기지에 수개월간 정박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코르벳함(초계함)이다. 말리 대변인은 “캄보디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고 해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달 28일 캄보디아 소식통을 인용, 중국이 캄보디아 레암항에 중국 자본으로 건설한 부두 시설과 군함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는데, 이 중에서 선박 제공 부분을 캄보디아 정부가 공식 인정한 셈이다. 말리 대변인은 부두 제공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새 부두 건설의 마지막 단계가 곧 완료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레암 해군기지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서남쪽으로 168㎞ 떨어진 시아누크항 인근에 있다.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 주요 통로인 믈라카 해협에서 가깝다. 중국 자본으로 건설된 데다, 구조도 중국 해군 기지와 닮은꼴인 까닭에 미국 등은 중국이 캄보디아에 ‘비밀 해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캄보디아가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등 대(對)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아 중국군 기지 이용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서방의 주장이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 무대인 인도·태평양 중심에 위치해 있어 중국이 이곳을 거점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더 센 ‘입김’을 행사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과 캄보디아가 군함 인도를 기정사실화하는 등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부두 통제권까지 캄보디아에 넘기고, 그 대가로 캄보디아가 중국 해군의 독점 접근을 허용할 것이라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전함 제공은 중국·캄보디아 관계가 날로 긴밀해지고 있다는 최신 신호”라며 “두 나라 간 방위 분야 밀착은 향후 중국이 돈을 지원한 기지를 독점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