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 수장들이 공개 석상에 함께 나타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과 서방의 협력을 촉구했다. 두 인사는 공동 기고문을 통해서도 같은 주장을 피력했다. 미·영 정보기관 책임자들이 이러한 행보는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7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리처드 무어 영국 비밀정보국(MI6) 국장은 이날 영국 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 주최 행사에 참석, 대담을 진행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평가했다. FT에 따르면 양국의 정보기관 수장이 공개 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47년 CIA 설립 이후 처음이다.
두 국장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기습 공격을 '중요한 성과'로 평가했다. 대담에서 무어 국장은 "게임의 판세를 바꾸려는 대담하고 과감한 시도였다"며 "이번 공격이 평범한 러시아인들에게 전쟁을 가져다 줬다"고 말했다. 번스 국장도 "엄청난 전술적 성과였다"며 "우크라이나군 사기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러시아군의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짚었다. 또 "러시아 지도부 사이에 이번 전쟁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확전 위험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번스 국장은 "서방이 러시아의 확전 위협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면서도 "불필요하게 겁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경계는 하되, 지나친 우려로 소극적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날 행사 참석에 앞서 무어 국장과 번스 국장은 이날 FT에 공동 기고문도 실었다. '정보 협력이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미·영이 앞서나가는 걸 돕고 있다’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두 국장은 "(MI6와 CIA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맞서는 문제에서도 협력하고 있다"며 "이대로 계속해 나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 전역에 대한 러시아 정보기관의 무모한 방해 공작과 양국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허위정보 확산 등을 막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MI6와 CIA 수장이 공동 명의 기고문을 낸 것도 사상 첫 사례라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