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LH 일부 이전설 '애드벌룬' …지자체 반발로 수면 아래 '잠잠'

입력
2024.09.09 17:30
경주 한수원, 일부 청주 이전 검토
방폐장 수용했던 경주시 '발칵' 
진주 LH, 데이터센터 이원화에... 
지역민들 "지역 안에서 확장하라"
한수원·LH "사실 아냐" 해명에도
이웃 자치단체까지 "공동 대응"

국가균형발전과 혐오시설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지방에 이전한 공기업들이 슬며시 이탈하려는 조짐을 보여,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9일 경북 경주시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수출사업본부를 충북 청주시 오송읍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이 사실을 경주시에 알렸다가 거센 항의에 부딪혔다. 수출사업본부는 지난 2022년 12월 원전 수출을 집중하기 위해 신설한 부서로, 24조 원대 체코 원전 건설에 한수원이 우선협상사업자로 선정돼 정부 부처와 상의할 일이 많아지자 오송읍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송읍은 정부 기관이 몰려 있는 세종시와 자동차로 20분에 불과한데다, 세종시에서 가장 가까운 KTX 철도역인 오송역이 있다.

소식을 접한 경주시는 발칵 뒤집혔다. 수출사업본부는 한수원 전체 1,700여 명의 12%에 달하는 220명이 근무해 인구 감소를 고민하는 경주시에 타격이 크다. 더구나 한수원은 경주시가 혐오시설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을 수용한 조건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발끈했다.

한수원은 뒤늦게 지난 3일 ‘수출사업본부의 근무지 이전을 추진한다는 일부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는 한 줄짜리 설명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송호준 경주시 부시장은 "경주시가 한수원 본사 인근에 미래형 원전 수출 산업단지인 SMR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 마당에 수출사업본부를 옮기는 게 말이 되느냐"며 "여론 떠보기는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경주시와 이웃한 포항시도 우려를 나타냈다. 포항시는 2년 전 포스코그룹의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본사와 인력을 서울에 두려고 해 큰 갈등을 겪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공기업마저 떠나면 지방에는 남아 있을 기업이 없다”며 “한수원이 또다시 이전한다고 하면 경주시 대응에 포항시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진주시 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지난달 초 서버를 이원화하기 위해 제2데이터센터를 다른 지역에 신설하려다 지역민들의 원성을 샀다. LH는 “새로 지어질 제2데이터센터 위치는 정해진 바 없고, 이제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고 즉각 해명했다. 하지만 진주시의회와 진주상공회의소 등은 입장문을 내고 “진주 외에 LH 제2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혁신도시를 지역발전 거점으로 육성하는 혁신도시법의 제정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다른 지역으로 일부 이전이 허용된다면 전국의 모든 혁신도시 공공기관에서 유사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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