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라가 돌아오는 날까지~"
팔레스타인과 한국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경기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 팔레스타인 응원석에서 한국어 노랫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한국어로 번역한 팔레스타인 국가였다. 동시에 응원단은 관중석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넓게 펼쳐 머리 위로 올렸다. 홍명보호 출범 첫 공식 경기로 국내에서 관심이 집중된 이날 경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차전이었다. 또 한편으론 전란 속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팔레스타인 국가대표 팀의 최초 월드컵 3차 예선 진출 경기이기도 했다.
이날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50여명의 시민 응원단은 경기 내내 팔레스타인을 목청 높여 응원했다. 팔레스타인 클래퍼와 국기, 타투 등으로 꾸민 응원단은 경기 초반엔 붉은 악마 응원 열기에 주춤하는 것 같더니, 팔레스타인이 전반을 무실점으로 버텨내자 응원을 더 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날 경기 MVP를 수상한 팔레스타인 골키퍼 라미 하마다가 선방을 할 때마다 환호성이 나왔다.
이날 응원단을 모집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의 덩야핑 활동가는 "팔레스타인 국민들이 축구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며 "응원단이 중계에 한 번이라도 비춰져서 피난 간 가자지구 주민들이 응원을 보게 된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왔다"라고 말했다. 경기장을 찾은 알제리 국적의 두니아 펠탄(20)도 팔레스타인을 응원했다. "나는 한국에 살지만 팔레스타인이 이겼으면 좋겠다" 한국은 국제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만 팔레스타인은 월드컵 무대가 팔레스타인이 처해있는 현재 상황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경기 중 응원은 오로지 축구 승부에 한해서만 이뤄졌다. 이날 경기장 곳곳에서는 팔레스타인이 처한 국제적 상황을 염두에 둔 듯 '경기장 반입금지 품목'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정치, 종교, 인종차별, 무허가 상업적 이익을 위한 물적요소, 표현물' 뿐만 아니라 '경기 진행을 방해하는 물적 요소'로는 '대형 확성기' 또한 금지품목에 포함돼있었다. 사회네트워크서비스(SNS)와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모인 응원단은 소통을 통해 '피파 규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대표만 응원하는 것으로 내부 원칙을 세웠다.
경기 종료 뒤엔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구호가 곳곳에서 들렸다. 후반전 0-0 무승부로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불자 원정석 곳곳에서는 자축의 팔레스타인 국기 수십 개가 휘날렸다. 그제서야 숨어 있던 응원단들도 나와 소리쳤다. "팔레스타인 해방하라!(Free Free Palenstine)"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채 관중석 아랫쪽으로 나온 한 여성은 관중석 가까이로 온 팔레스타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해방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전쟁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팔레스타인 국가대표팀은 우수한 성적을 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2015년 첫 출전 이후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16강 진출에 최초 성공하면서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겨줬다. 가자지구 출신 축구선수 모하마드 살레는 "우리가 축구 경기에 이길 때마다 가자지구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다"라며 경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2013년 이후 대한민국은 홈에서 진행한 예선전에서 진 적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팔레스타인의 이번 성적은 더욱 이변이라 할 수 있다. 이어지는 3차 예선 일정 동안 팔레스타인과 대한민국은 각각 요르단과 오만과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