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전기자동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과세소득 100만 달러(약 13억3,67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부과하는 자본이득세율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했던 것보다 낮추겠다고도 밝혔다. 대선 승패의 키를 쥔 중도층 표심 공략을 위해 말 바꾸기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잇따라 '우클릭'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해리스 대선캠프는 공화당의 공격에 대응하는 '팩트체크' 이메일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해리스는 모든 미국인이 전기차를 소유하도록 강제하길 원한다"는 최근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의 발언을 "의심할 여지 없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하면서 내놓은 설명이다.
해리스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는 연방 상원의원이었던 2019년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신규 승용차 100%를 오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었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차는 전기차와 수소차뿐이다. 그는 또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판매되는 승용차 가운데 탄소배출 제로 차량의 비중을 2035년까지 100%로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약을 내놨다. 액시오스는 "해리스 부통령은 그간 전기차 정책에 대한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아왔다"며 "(팩트체크를 통해 밝힌 생각은) 해리스 부통령이 입장을 바꿨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그의 전기차 의무화 지지 철회는 자동차 산업 종사자가 많은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의 지역 민심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들 '러스트벨트'(북동부 일대 쇠락한 공업지대) 3개 주(州)는 이번 대선의 주요 '경합주'로 꼽힌다.
그가 대선 후보가 된 뒤 기조를 바꾼 건 이 문제만이 아니다. 과거 환경오염이 심한 셰일가스 추출 공법인 '프래킹'을 금지하겠다고 했었지만 최근에는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고도 청정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고, 비범죄화를 주장했던 불법 월경 및 이민 시도에 대해서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내용은 다르지만 모두 기존보다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뉴햄프셔주 유세에서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을 28%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했던 39.6%보다 세율을 크게 낮춘 것으로, 이 역시 "자신을 더 중도 성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라고 미 CNN방송은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