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기업 맡기니 급여만 챙겨"… 법정관리인 진실 공방 논란

입력
2024.09.04 18:40
수리·자재비 지출 등 틀어막아
"교체해달라" 5차례 기피 신청
임금 미지급·사기계약 주장도
전 직원, 사기죄 검찰에 고발
법정관리인 "사실 무근" 반발

법원이 부도 위기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지정한 관리자가 오히려 회사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는 등 운영비만 가져간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D사의 영업이사였던 A씨는 최근 광주지방법원이 선임한 법정관리인 B씨를 사기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D사는 9일 법원의 파산 폐지 결정을 앞두고 있는데, 이 과정에 "B씨의 업무 방해가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법정 관리인은 파산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법원이 지정한 '임시 경영자'다. 기업에 회생 가능성이 있을 경우, 법원은 제3자가 자금을 비롯한 기업활동 전반을 대신 관리하도록 법정관리인을 세운다. 레미콘, 수로관 등 관급자재를 주로 납품하는 D사는 대표 C씨가 사기 피해를 당해 지난 2023년 7월부터 간이 회생 절차에 돌입했고, 광주지법 제1-1파산부가 B씨를 이 회사의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A씨는 "B씨는 위기에 빠진 회사의 숨통을 끊은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회생 개시 결정 이후 A씨는 영광군청에서 받지 못했던 미수금 4,200여만 원을 운영자금으로 확보했다. 직후 B씨에게 1년여간 멈춰있던 공장 기계 수리를 요청했지만, 이를 승인하지 않아 설비를 가동할 수 없었다. 또 직원들에 대한 인건비도 지급하지 않았으며, 어렵게 수주 계약을 체결해도 자재비를 승인하지 않는 등 운영 활동을 모두 막았다는 것.

반면 B씨는 확보한 운영자금을 자신과 비서격인 여직원 1명, 공동대표인 C씨 등의 인건비로만 지출했다. 심지어 B씨는 지병으로 인해 지난 2월부터 4개월간 출근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인건비를 모두 타갔다.

D사는 C씨가 사기 피해 등 충격으로 병원 신세를 지면서 모든 결정권이 B씨의 몫이됐다. 결국 회사 회생을 위해 사용돼야 할 마지막 4,000여 만원의 운영자금이 모두 법정 관리인의 급여 지급 등으로 소모돼 버린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A씨는 지난 5월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법원에 B씨를 교체해달라며 기피 신청 민원을 넣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B씨가 회사 사정이 나아진 이후 밀린 임금을 수당으로 지급하겠다고 속여 직원으로 등록도 해주지 않았다"며 "이후에도 회사를 살려주겠다며 9,000만 원을 빌려 가더니, 나중엔 빌린 돈을 받고 싶으면 아예 회사를 인수하라"고 주장 했다. 이어 그는 "인수 의사를 밝혔더니 빌려준 돈만큼 인수금을 늘리라는 황당한 말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A씨는 D사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고, 밀린 월급과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길도 인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이를 고민했지만, 결국 철회하면서 D사는 파산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대해 B씨는 "한 달에 인건비가 1,000만 원씩 지출됐는데 법정 관리인도 임금을 체불하면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며 "보수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모든 의사결정은 광주지법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이뤄진 것"이라며 "A를 채용하지 않은 것은 본인이 실업급여를 수령했기 때문이며, 사기 계약 등은 주장은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했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D사의 경우 운영을 계속해 빚을 갚아나가는 것보다 기업을 청산하는 것에 대한 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판단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회사의 임직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법정 관리인에 대한 기피 신청이 정상적으로 접수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견서 등을 통해 해당 민원에 대해선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며 "법원이 법정 관리인을 해임했을 경우 항고 절차가 있지만, 해임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해선 불복 절차는 존재치 않아 이를 판단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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