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하게 밝아오는 하늘 아래 ‘새벽녘 세상’은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옛 추억이 깃든 바닷가를 찾았지만 익숙한 풍경은 온데간데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매립된 땅과 먼바다만 희미하게 보일 뿐. 오륙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일출을 기대했지만, ‘훼방꾼’인 짙은 안개는 희망찬 새벽을 가렸다. 마치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작은 배처럼,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황홀한 일출은커녕 눈앞에는 안개만 가득해 가슴이 갑갑해졌다. 잠시 후 어디선가 안개 사이로 살며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닷바람의 시원함도 금세 사라지고 더욱 짙은 안개가 몰려와 힘겹게 떠오른 태양빛마저 삼켜버렸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는 아득했고, 모든 사물은 존재감마저 지워져 흐릿했다.
안개가 잔뜩 낀 바다는 나침반을 잃어버린 삶과도 같다. 하지만 언젠가는 안개가 걷히고 붉은 태양이 솟아오를 것이다. 그땐 어둠 속에서 별이 빛나는 것처럼, 안개는 걷히고 한 줄기 빛이 가야 할 길을 비춰줄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문 이런저런 상상이 끝날 때쯤 바다 위에 조용히 닻을 내리고 있던 화물선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 것이 보였다. 짙은 안개 속에서 출항을 준비하는 저 배처럼, 힘겨운 세상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겠다. 자, 다시 마음을 다잡고 먼바다를 향해 ‘인생의 뱃고동’을 울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