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음모론’ 증폭 민주당, 공당답지 못한 행태 아닌가

입력
2024.09.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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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계엄 음모론’이 거센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발원지인 더불어민주당은 합당한 근거 제시나 설명 없이, 가능성을 일축하는 정부를 되레 비아냥거리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그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가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 생중계 발언을 통해 계엄 음모론을 공식 거론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그러자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발끈하는 모습을 보면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라고 응수했다.

계엄 음모론은 지난 2022년 11월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한 유튜브 채널에서 꺼내 들었다. 이걸 받아 최근 김민석 김병주 최고위원이 공식 제기했고, 이 대표까지 공식 거론하면서 정국의 한가운데로 진입했다. 골자는 윤 대통령이 탄핵 저지를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 체포·구금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 최측근인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기용하는 등 ‘충암고 라인’을 요직에 집결시키고, 계엄을 시동할 ‘북풍’ 조성을 위해 북한과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은 “관련된 구체적인 정황, 이런 내용들이 접수되는 게 있다”면서도 구체적 정황에 대해서는 “그런 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0.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국민이 용납할 수 없고, 그런 흐름이 있다면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요컨대, 달리 근거가 나오지 않는 한, 계엄 추진 가능성이 0.1%라도 있다면 미리 경고해 차단하려는 민주당의 ‘정치적 포석’이 계엄 음모론의 실체란 얘기다.

총선 압승 이래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도 공공연히 언급하며 이에 초점을 맞춰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다. 계엄 음모론 역시 그 연장선상의 ‘정치행위’일 수밖에 없고,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권인 정치구도상 이는 야당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근거도, 실현 가능성도 거의 없는 수준의 얘기로 정쟁을 증폭시키는 건 수권을 지향하는 공당으로선 적절치 못한 행태다. 정부·여당이 계엄 추진 가능성을 일축한 만큼, 민주당도 이젠 공연한 정쟁을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