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일 한국을 찾는다. 이달 퇴임을 앞둔 고별 방한이다. 대통령실은 3일 "기시다 총리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양국 발전을 논의하고자 적극 희망해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간 양국 정상은 앞서 11차례 만나며 돈독한 우의를 과시했다. '셔틀 외교'를 복원했고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한데다 윤 대통령이 일본에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는 비판도 적지 않아 차기 일본 총리의 관계 설정은 과제로 남았다.
'브로맨스'의 시작은 윤 대통령의 취임식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특사로 참석한 하야시 요시마사 당시 외무장관을 통해 "양국 간 갈등현안을 조기에 풀고 회포로 풀 수 있기를 바란다"며 윤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내놓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일본 피고기업과 정부에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한국이 대신하는 '제3자 변제안'을 담았다. 이에 '한국은 늘 골대를 옮긴다'며 각종 쟁점 현안을 놓고 불만을 쏟아내온 일본도 관계 개선을 약속하며 태도를 바꿨다.
윤 대통령은 일본을 직접 찾아 쐐기를 박으려 했다. 두 정상은 회담 뒤 술집에서 '뒤풀이'도 가졌다. 한국 소주와 일본 맥주를 섞은 '화합주'를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양국 관계를 논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두 달 뒤 한국을 방문하며 호응했다. 이 자리에서 "혹독한 환경에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복수의 한일 외교소식통은 "기시다 총리가 보좌진이나 외무성 직원들의 조언 없이 본인의 진심을 담은 발언"이라고 전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한국에서는 부족한 발언으로 평가됐지만, 일본에서는 전향적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 △한일 정상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공동 참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양자 협력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 선언 등이 성과로 꼽힌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장관은 이례적으로 한국의 '개천절' 및 '국군의 날' 리셉션에 참석하는 성의를 보였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가미카와 외무장관의 참석 배경엔 기시다 총리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고 들었다"며 "윤 대통령의 강제동원 해법 결단에 그만큼 고마움을 갖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양측의 결속이 박수만 받는 건 아니다. 두 정상의 좋은 관계가 오히려 양국 최대 현안이자 과제인 역사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밝힌 이후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의 호응이나 과거사 반성 문제를 한 번도 의제로 다룬 적이 없다.
자연히 이번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고별회담도 '팥 없는 찐빵'으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시다 총리는 모험을 하는 인물이 아니다"라며 "한국 국민이나 정부가 처한 역사 논란과 관련해 도움이 될 만한 선물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