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동안 서울을 지켜온 '국보 1호' 숭례문이 2008년 2월 10일 밤 완전히 소실됐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했고 화재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관리 시스템도 전무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평소 문화재 관리를 소홀히 해 온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조상의 유적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는 자괴감 속에 타버린 숭례문을 직접 보려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한국일보는 2월 11일 자 1면에 화재 발생 정황을 상세하게 보도하는 한편, ▲숭례문의 문화적 의의▲화재가 초기에 진화되지 않은 정황 ▲문화재청 등 관계 당국의 관리 소홀 문제 등을 다양하게 짚었다. 12일 자 1면에는 시민들이 숭례문 앞에 놓고 간 국화와 함께 전소된 숭례문의 참담한 모습이 사진으로 실렸다. 이어 “문화 재앙….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탄식했다. 사설 ‘불타버린 숭례문, 무너진 문화 한국’에서도 “불타 무너진 숭례문에 국화를 바치는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더 이상 선조와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13일 자 1면 머리기사 ‘이 아픔 장막으로 가리지 말라’에서는 숭례문에 15m짜리 가림막을 설치한 데 대해 “치부일수록 드러내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을 옮겨 담았다. 이 보도 후 가림막은 투명 패널로 바뀌었다.
15일부터는 ‘모두 함께 숭례문을 되살립시다’라는 구호와 함께 <숭례문 사진 갖기 캠페인>을 펼쳤다. 성금 1,000원을 보내는 독자들에게 우리나라 대표 사진작가인 김중만의 숭례문 사진이 담긴 우편엽서를 증정하는 내용이다. 사진은 불타기 전 숭례문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역작이었다. 성금 3,000원을 보내면 탁상용 프린트를 보냈다. 대량 구매하는 기업과 단체에는 별도 크기의 소장용 사진을 주문 제작해 주기도 했다. 이렇게 모인 성금은 전액 숭례문 복원을 위해 사용됐다.
그해 5월 19일에는 숭례문 소실 100일을 맞아 복원 성금 마련을 위한 ‘대한민국 조각 100인전(展)’을 밀레니엄힐튼호텔 특별전시장에서 6월 20일까지 한 달간 열었다. 우리나라 대표 조각가들이 자신들의 작품 120점을 기증, 판매수익금 전액을 숭례문 복원 성금으로 기탁하겠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