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임명이 계엄령을 선포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도에서 비롯됐다며 군불을 때던 더불어민주당은 정작 2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간 '제보가 있다'고 주장하며 계엄령 준비설에 대한 의혹을 거듭 제기해왔다. 이날 청문회는 증거를 공개할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인사청문회에서 기초적 쟁점을 다루겠다"던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고작 '비밀 해제'된 박근혜 정부의 '계엄 검토 문건' 가운데 일부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 현 정부에서 이미 효력을 잃었다고 보는 문건이다.
당시 국군기무사령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폭동이 전국적으로 발생할 것을 고려해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 특히, 해당 문서에 포함된 '대비계획 세부자료'에 따르면, 국회가 계엄해제를 시도할 가능성을 고려해 △당정 협의 통한 국회의원 설득 및 직권 상정 원천 차단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 정족수 미달 유도 등을 추진하는 안이 시나리오로 언급됐다. 국회가 계엄해제 표결을 시도하면, 찬성표를 던질 만한 국회의원들을 미리 체포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의도를 윤석열 정부도 품을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그러나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은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결정을 앞둔 시점인 2017년 2월 작성된 것으로, 윤석열 정부가 똑같은 검토를 한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 오히려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데다 당시 검토 문건에 불과해 현시점에서 적용하는 건 무리다. 탄핵을 거론하며 파상 공세에 나선 민주당이 또 다른 탄핵준비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용현 후보자는 탄핵정국 때 군에 있으면서 관련 문건 작성에 관여한 사실이 없으며, 문건 자체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장관이 되면 계엄령 선포를 건의할 것이냐'는 질의에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김용현의 (국방장관) 임명과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은 김건희 여사의 감옥행을 막기 위한 계엄 준비작전이다'라는 김민석 의원의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계엄 가능성에 대한 야당의원들을 향해 "인사청문회는 거짓 선동하고 정치 선동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