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직업윤리와 정치윤리

입력
2024.09.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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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코로나 사태와 보건의료인

코로나19(Covid-19) 공포로 세계가 위축돼 있던 2020년 9월 3일,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가 이례적인 성명서를 발표했다. 유의미한 통계를 확보할 수 있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보건의료 인력의 코로나 감염 사망자 현황을 조사, 의사와 간호사, 응급환자 수송요원 등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안전에 대한 권리를 촉구하는 성명이었다.
앰네스티는 2019년 말 코로나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래 불과 반년여 사이 최소 7,000명의 보건의료 인력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멕시코에서만 최소 1,320명이 숨졌고 미국에서 1,077명 브라질에서 634명이 희생됐다.
앰네스티 경제사회정의국장 스티브 콕번(Steve Cockburn)은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저 많은 인력이 희생됐다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규모의 위기라며 “모든 국가의 의료진이 적절한 보호장비 등 조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세계가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119개국 자료를 분석, 20년 1월부터 21년 5월 사이 보건의료 종사자 약 8만~18만 명이 코로나 감염으로 숨졌다고 추정했다. 희생자는 당연히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방역 환경과 장비가 열악한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일수록 높았다. 하지만 2023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 공중보건국이 20년부터 22년 5월 사이 코로나 사망자를 직업별로 분석한 결과, 발병 초기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직종이 보건의료서비스 직종이었다.

만일 한국의 응급의료 시스템이 지금처럼 파행할 때 코로나 같은 사태가 빚어지면 어찌 될까. 소방관과 경찰관, 응급 보건의료인 등 목숨을 두고 일하는 이들의 직업윤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또 그래서 그들의 헌신은 응당한 의무라 여겨지거나 쉽사리 잊히는 경향이 있다. 시민들이 다 잊어도 잊지 않아야 할 게 정치의 소명이자 정치인의 직업윤리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