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전남 곡성과 영광군수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호남 쟁탈전'이 불붙기 시작했다. '호남 월세 살이'까지 내건 조국혁신당은 정기국회 1박 2일 워크숍을 '영광 곡성' 재보선 루트로 잡고 선제 공략에 나섰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도 인천에서 열린 워크숍을 마친 30일 호남으로 총출동했다. 이번 재보선이 2026년 지방선거의 전초전이 될 수 있는 만큼, 야권 심장부 호남 민심을 두고 자존심 경쟁이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호남 재보선에 사활을 걸었다. 거대 양당체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한계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만큼, 재보선 승리를 반전의 교두보 삼겠다는 구상이다. 조국혁신당이 내건 구호는 '민주당 독점 타파'다. '민주당만의 호남'을 벗어나 경쟁체제가 구축돼야 호남도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호남에서 민주당의 위치를 '썩은 고인물'로 직격했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전날 전남 영광 터미널 시장을 찾아 "혁신당의 재보선 출마는 호남 유권자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돼 호남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재보선 예비후보를 띄우며 선전포고를 한 조국혁신당은 추석 전후로 지역별 맞춤 공약을 발표하고 조 대표가 호남에 상주하며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한발 늦게 시동을 건 민주당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김민석 한준호 최고위원이 비공식적으로 방문한 데 이어 이날은 박찬대 원내대표까지 선거전에 합류했다. 조국혁신당 페이스에 말려 재보선 판을 키울 필요 없다는 판단도 있었지만, 자칫 호남 홀대론이 불거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대표 2기 체제에서 호남 출신이 부재한 것도 영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일단 호남의 적자를 자처하며 '책임 있는 호남 발전론'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 대표의 핵심 정책인 에너지고속도로와 기본소득을 호남에서부터 실천하겠다는 구상인데, 이 대표의 정책 브레인으로 불리는 이한주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이 직접 '전남 비전' 강연에 나서며 호남 민심 설득에 나섰다.
전망은 엇갈린다. 지난 총선 호남 지역 비례대표에서 조국혁신당은 민주당보다 우위를 달린 만큼, 이번에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22년 영광군수 선거의 경우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된 전력도 있는 만큼 '인물'만 괜찮으면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반대로 야권 분열이 민주당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총선은 1인 2표라 큰아들 찍고 작은아들 도와주자는 표심이 형성될 수 있지만, 재보선은 1표라서 전략적 투표가 쉽지 않다"며 "당장 조국혁신당에 진보당까지 사활 걸고 뛰는 상황에서 오히려 야권이 파이를 나눠 가지면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