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1일 첫 회담 합의... 의정갈등에 이재명 "한동훈, 말하기 싫어도 해야 할 것"

입력
2024.08.29 17:30
대표-정책위의장-수석대변인까지 
'3+3' 회담에 모두발언만 생중계
의제 두고 여전히 신경전 팽팽
의정갈등 두고 공개 엇박자 
李 "국민 생명 어떻게 외면하냐"
韓 "'사법시스템 승복' 제안할 것"
회담 앞두고 양측 신경전도 팽팽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음 달 1일 만난다. 여야 대표 취임 이후 첫 회담이다. 양측은 회담 일정과 형식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의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막판까지 신경전을 이어갈 태세다.

29일 여야에 따르면, 이번 회담은 여야 대표와 정책위의장, 수석대변인까지 '3+3 회담'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한 대표가 요구했던 '회담 생중계'는 모두발언만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민생 해결을 위한 대표회담 성사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당과 한 대표가 다소 양보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엇을 논의할지 간극은 좁히지 못했다. 특히 의정갈등 관련해 엇박자가 노출됐다. 박 비서실장은 "이 건은 정부와 의사협회 대화 결과를 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표회담 의제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이해식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한 의정갈등, 의료대란은 주요 의제로 확실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말이 다르다. 이 비서실장은 "채 상병 특검도 거부하고 핵심 현안인 의료 공백 문제까지 거부하면 도대체 왜 회담을 하자는 거냐"며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기류를 읽고 (발을) 빼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李 "국민 생명 어떻게 외면" 韓 "사법시스템 승복 제안 할것"

대표들 간의 신경전도 팽팽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정기국회 워크숍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 측이 의대 증원 의제를 거부한 데 대해 "먹고사는 문제 중 더 중요한 게 생명에 관한 문제다. 정부여당 때문에 생긴 문제인데 집권여당의 대표가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겠냐"며 "안 한다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건데 한 대표가 말하고 싶지 않아도 말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 대표는 "대화야 자유롭게는 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제게 말하는 거 막을 수 없고, 제가 이 대표에게 말하는 것 어쩔수 없지 않느냐. 정치라는 건 구역을 정해놓고 하는건 적절치 않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갑자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문제를 꺼내들고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이 강행한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탄핵소추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민주당이 탄핵을 사법시스템에 대한 보복과 방해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며 "(탄핵 남발이야말로) 이재명 대표 재판을 앞두고 재판 불복 빌드업을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표 회담 때 이 대표에게 '어떤 재판결과가 나오든 사법시스템에 승복하자는 선언을 하자'고 제안해볼까 한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선 "만남 앞두고 판을 깨자는 소리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관건은 이틀 정도 남은 실무협상에 달렸다. 각자 주장하는 의제를 회담 테이블로 올려 관철하는 쪽이 기선을 잡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채 상병 특별검사법과 25만 원 민생지원금에 대한 '공감'을 얻어내는 게 관건이다.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와 정쟁 중단, 인구전략기획부 등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조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소상히 밝힌 데다 국회의 여야 대치 상황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만큼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민주당과 이 대표도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대표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별로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 비서실장은 "당내에선 (한 대표가 실권이 없으니) 회담 성과가 회의적일 거란 시각이 많지만 이 대표가 대승적으로 결단한 것"이라며 회담 성과의 기대치를 낮췄다. 자연히 이 대표의 시선은 윤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여권에서도 여야 대표회담의 한계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여야 대표 회담이 성사는 됐지만, 이 대표 입장에서는 한 대표보다 결국 윤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