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미 해군 함정 정비한다... 20조 시장 진출 교두보

입력
2024.08.29 14:58
미 해군 군수지원함 정비 사업 첫 수주
아시아 시범사업... 美 MRO 시장 변곡점
"부산·경남 정비 중소업체들과 상생협력"

한화오션이 국내 조선소 중에선 처음으로 미 해군의 함정 정비사업(MRO)을 수주했다. 사업 수주액은 수백억 원 정도지만, 연간 약 20조 원 규모에 달하는 미 해군 함정 MRO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4만 톤 규모의 미 해군 군수지원함 창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고 29일 밝혔다. 창 정비는 정비 개념에서 최상위 단계로, 군함의 완전 복구가 가능하다는 걸 뜻한다. 이번 사업은 미 함정 정비협약(MSRA) 인증 업체만 수행하는 미 해군 대형 함정 대상 MRO로, 국내 조선소 중에선 한화오션이 처음으로 수주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달 22일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MSRA를 체결했다. MSRA는 미국 정부가 높은 유지ㆍ보수 기술을 갖춘 조선업체와 맺는 인증 협약이다. 지난 1월 MSRA를 신청했던 한화오션은 통상 1년 이상 소요되는 MSRA 인증 기간을 7개월로 대폭 단축한 데 이어, 한 달여 만에 MRO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한화오션이 보유한 함정 기술력과 정비 관련 인프라 등이 미 해군 측에 높은 점수를 받은 결과라는 평가다.

이번 사업 계약에 따라 미 해군 군수지원함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해 함 전체에 대한 정비 및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군수지원함 창 정비 사업의 적기 인도를 통해 미 해군에 독보적인 함정 기술력과 체계적인 정비 인프라 능력을 확고하게 실증해 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화오션은 미 해군이 아시아 지역에서 시범 성격으로 진행하는 이번 사업이 향후 미 해군 함정 MRO 시장 변화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이번 사업까지 수주하면서 한화의 미 해군 함정 정비사업은 탄력이 붙게 됐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이번 수주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 간 방위산업 협력의 성과이기도 하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연간 약 80조 원 이상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함정 MRO 시장에서 이번 미 해군 함정 정비사업 진출은 새로운 도약의 큰 발판이 될 것”이라며 “부산, 경남 지역의 정비 관련 중소업체들과 상생 협력을 통해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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