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여군 딥페이크, 일본군처럼 여성을 군수품 취급"

입력
2024.08.27 19:00
센터 "국방부가 관련자 발본색원해야"
진보당·여성민우회도 엄정 수사 촉구

여성 군인을 대상으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을 활용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군인권센터가 연루된 가해자들을 찾아내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국방부에 촉구했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27일 "국방부는 책임지고 여군을 능욕하는 딥페이크 관련자를 발본색원하라"고 요구했다. 상담소는 "문제의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이하 여군능욕방)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군에서 여군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나타난 것"이라며 "(가해자들은) 여군을 군수품, 물질로 치환하고 오로지 성적인 존재로 취급하기 위해 군복 입은 여군들의 사진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러한 행위는 과거 일본군 성노예 범죄와 맥이 닿아 있다. 당시 일본군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군수품으로 취급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군수품 창고 대기방'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현역 군인들이 여성 동료 군인들의 얼굴 사진을 딥페이크 방식으로 합성해 성착취물을 제작 및 공유한 정황이 발견됐다. 이 채팅방에서는 여군을 '군수품'이라고 지칭하면서 여군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 소속, 계급, 나이와 함께 군복 사진과 일상 사진을 요구했다. 또 해당 단체 채팅방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채팅방 참가자가 현역 군인임을 인증하도록 했다.

해당 단체 채팅방에서 군 인트라넷(내부망)에서 접근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증명사진과 개인정보가 활용된 점을 미뤄 보아, 현역 군인들이 범죄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상담소는 "국방부는 '여군능욕방'의 문제를 개인의 일탈 문제로 취급하고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면서 "발본색원 의지만 있다면 인트라넷의 로그 기록을 통해 피해 규모와 가해자들을 추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딥페이크 범죄 대책 마련 나서

텔레그램을 이용한 딥페이크 범죄가 여군뿐만 아니라 여성 대학생·중고교생 등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자, 정부와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딥페이크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범죄"라며 실태 조사와 수사를 지시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딥페이크 범죄 근절을 위한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에 지시했다. 진보당은 기자회견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 자신도 모르는 채 벌어지는 범죄라는 점과 디지털 공간에서 피해가 무한 확대된다는 점에서 경찰의 적극적인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여성 단체도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여성들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게 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 강간, 여성 살해, 교제폭력 뉴스를 보면서 여성 멸시를 방조하는 사회, 망가진 시민을 길러내는 붕괴된 사회에 대한 절망과 분노 속에 지쳐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과연 국가가 거대한 산업이자 문화로서 양산된 디지털 성범죄 및 여성폭력 문제에 관해 어떤 입장과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