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며 타워크레인 점거 등 공사를 방해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지부 간부들이 실형을 확정받았다.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지부 간부들에게도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강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23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정당행위 및 직무 집행의 적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A씨 등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소속 간부들로 2022년 10월 경기 안산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채용을 요구하면서 업체를 협박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공사에 투입되는 근로자의 70%를 노조원으로 채용하라고 요구했는데, 업체 측이 거절하자 공사 진행을 방해했다.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거나 퇴거 요구에 불응하며 공사 업무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을 폭행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조원의 채용을 요구하는 행위는 정당한 노조 활동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노조원 채용이 양측 간 교섭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간부 2명에겐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같은 재판부는 이날 A씨 등과 비슷하게 노조원의 채용을 강요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공동강요미수)로 기소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 사무국장 등 2명에게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인천 건설현장 3곳에서 건설사들을 상대로 조합원들의 채용을 강요했다. "만약에 우리를 안 쓰면 공사를 중지시키겠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발언이 공갈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하고, 노조원 취업의 기회는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