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영대 교수가 영화관 티켓 가격 인하 필요성을 제기한 배우 최민식을 정면 비판했다. 최민식은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영화산업의 위기 요인 중 하나로 비싼 관람료를 지목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영화관 사업은 민간 기업으로, 권력 집단도 아닌데 가격 인하하라는 이야기가 무슨 소신 발언인가"라며 "세상에서 가장 값싼 소리"라고 평가했다. 카이스트에서 테크노경영연구소 소장과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를 지낸 이 교수는 경제·경영 분야를 중심으로 보수 논객으로 활동해왔다.
이 교수가 언급한 '소신 발언'은 지난 17일 최민식이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영화관을 상대로 제기한 지적을 말한다. 당시 방송에서 최민식은 "지금 극장 값도 많이 오르지 않았나. 좀 내려야 한다"며 "지금 (티켓 가격이) 1만5,000원인데, 스트리밍 서비스로 앉아서 여러 개를 보지 발품 팔아서 (영화관을 찾겠나)"라고 했다.
이 교수는 시장 논리를 들어 "가격이 내려서 관객이 더 많이 오고 이익이 늘어난다면 기업들은 내리지 말래도 내린다"면서 "시장 가격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면, 세상에 사업은 없고 경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배우라는 직업도 없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팬데믹 중에 영화관들은 부도 위기에 직면했었는데 최민식 배우는 출연료를 자신들의 영화를 상영해 주는 극장을 위해 기부라도 했었나"라고 직격했다.
이 교수는 최근 영화관 티켓 가격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인해 불가피했다고 봤다. 그는 "대출 금리가 올라 임대료가 오른다. 최저임금이 올라 하다못해 극장 청소 인력의 인건비도 올랐다. 영화 판권도 있다"며 인상 요인들을 거론했다. 이 교수는 또 "영화관은 티켓으로 돈 버는 사업이 아니고, 싼 티켓으로 관객을 유인해서 팝콘과 음료수 팔아서 돈을 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최민식의 지적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참여연대 등은 CGV를 비롯한 대형 멀티플렉스 3사의 티켓 가격 인상을 두고 "담합이 의심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도 "티켓값 폭리가 관객 부담을 늘리는 것을 넘어 영화계 전체를 생사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1만2,000원(주말 기준)이었던 영화관 티켓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거치며 현재 1만5,000원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