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발생한 산업재해가 409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사망사고도 6건이나 됐다. 최근에도 9일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선로에서 작업 차량이 충돌해 직원 2명이 사망하고, 18일에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KTX 열차가 선로를 이탈하는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한국일보가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 산업재해는 △2019년 77건 △2020년 65건 △2021년 67건 △2022년 74건 △2023년 76건이었다. 올해도 7월까지 벌써 45건 발생해 이 추세라면 작년 건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에도 산업재해가 오히려 증가하는 모양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넘어짐'이 91건으로 가장 많았다. △끼임(81건) △맞음(55건) △부딪힘(51건) △무리한 동작(44건) △떨어짐(3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절단·베임·찔림 △감전 △화상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다.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경미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고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레일도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사고가 지속되자 코레일은 2021년 '입환사고(차량 이동·분리·연결 시 발생하는 사고)예방 종합대책안'을 통해 탈선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강화를 강조했다. 2023년에는 '중대산업재해 재발방지 종합안전대책안'을 공개하며 안전역량 강화를 위한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책 중 적잖은 항목들이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다. 대표적으로 코레일은 지난해 종합안전대책안에 따라 작업장 폐쇄회로(CC)TV 설치를 약속했으나, 이번 구로역 사고에서 선로점검차 영상기록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선로점검차가 구로역 선로 위에서 보수 작업을 하러 노동자들이 올라탄 모터카 작업대를 치며 발생한 사고라 원인 규명을 위해선 영상 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다.
코레일에 따르면 해당 영상기록장치의 경우 전원이 켜지면 2분 간격으로 자동 저장되며 일주일간 보관되는데 사고 다음 날인 10일 제조업체가 현장 점검을 해보니 영상 파일 일부가 없었다. 특히 6일 오후 2시 55분부터 사고가 난 9일 오전 2시 20분까지는 내내 저장되지 않다가 사고 발생 약 3시간 뒤인 오전 5시 4분부터 다시 작동했다. 또한 유족에 따르면 △선로점검차 외에 선로 위에 있는 CCTV 2대에도 사고 장면이 찍히지 않았고 △사망자가 타고 있던 모터카에 달린 카메라 4대도 모두 사고 현장을 비추고 있지 않았다. 사고 당시 구체적 모습을 담은 영상이 현재까지는 없는 셈이라 원인 규명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인력 부족이라는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 안전 사고가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백남희 철도노조 미디어 소통실장은 "노선은 끊임없이 늘어나는데 인력은 충원되지 않아 업무 강도가 높아지다보니 안전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코레일 측은 "구로역 사망 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규명된 후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구로역 사고와 관련,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안태준 의원은 "코레일의 안일한 재해 대책 마련으로 사망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